본문 바로가기
기타

악어와 별

profile
YC
조회 수 265 추천 수 0 댓글 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이게 뭘까 했습니다.

유치한 악어 인형과 구태의연한 모양의 별.

그리고 그 둘을 대충 묶은 실.

아내가 동부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아들이 설치 미술 수업 중 과제로 제출한 것이랍니다.

그럭저럭 재주가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성의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 작품 수준에 다소 실망을 하였습니다.

 

IMG_9674.JPG

 

저와 달리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아들은 잘 커 주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은 없어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 미술에 대한 재능은 좀 있어 보였지만 열정이 없는 상태로,

작년에 동부에 있는 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적응이 어려울까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아들의 대충한 듯한 과제물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주제가 뭐냐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작품 설명을 보여 주었습니다.

 

 

A Bunk Bed 

(Plaster, Wire, Rope, Acrylic Paints)

 

I remember the days when I shared a bunk bed with my older brother when I was young.

The ladder represents the bed.

His room's wallpaper was full of silly animals, and the crocodile was one of them.

I used to use the second floor and put luminous star stickers on the ceiling.

By connecting the two objects with the ladder,

I express that me and my brother are connected.

I wanted to remind myself that the country where we live is different,

but it is a special relationship that we shared the most when we were children. 

 

그제야 이 과제물이 나타내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제 두 아들은 어렸을 때 이층침대를 사용했습니다.

집이 좁기도 했지만 어린 두 형제가 같이 잠자리에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련했지요.

그 때 Ikea에서 커다란 악어 인형을 구해 침대에 넣어 주고

형광 별이 그려진 도배지로 천장을 마무리하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둘이서 침대의 connection,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악어 인형을 던지며, 노는지 싸우는지 했었습니다.

그 별과 악어는 원래도 아이들 물건답게 유치하였고,

과제는 Childhood라는 주제에 맞게 일부러 대상을 투박하고 유치하게 표현된 것이었습니다.

 

큰 아들은 한국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군 복무 중 작은 아들과 같이 미국으로 저희 가족이 이주하며 홀로 남게 되었지요.

두 아들은 이층침대에서 복작거리며 같이 크다

성인이 되어 몇 년 째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작은 아들이 방학을 맞아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공항으로 데리러 나서면서, 저녁에 마음이 따듯한 작은 아들과 밥을 먹으며

자기 앞가림 잘하며 살고 있는 큰 아들과 간만에 영상 통화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

 

 

저녁 이후,

단란한 가족에 대한 환상은 깨졌습니다.

작은 아들은 온 지 몇 시간 만에 집 안 곳곳을 어지르며 게임을 시작했고,

큰 아들은 여친 만난다고 영상 통화를 거절하는군요.

 

정기산행에 갔어야 하나...

 
  • profile
    Aha 2023.05.07 06:39

    유치한 형광별과 악어에  속깊은 아버지의 사랑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멀리서 찾아온 아들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군요.

    아버지는 위대한 이름 입니다.

  • profile
    창공 2023.05.07 07:12

    단딘한 가족을 꿈꾸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가족의 디아스포라(Diaspora)와 자식을 키우면서 누구나 겪는, 기대와 실망 사이를 교차하는 자잘한 파도, 그리고 가장의 역할과 레저 생활인 동호회의 역할 사이에 끼인 한 남자가 느끼는 야릇한 희비를 느끼게 합니다. 그 속에서도 작은 아들의 잠재력을 알아볼 줄 아는 아버지의 명민한 감수성도 옅보입니다.  응원합니다.

  • profile
    피터 2023.05.08 22:15

    창공님 해석이 더 걸작이십니다!msn032.gif

  • profile
    Organic 2023.05.07 10:02

    하하하.. 재미있는 글입니다. 아빠의 사랑이 넘쳐나고요. 역시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은 똑같은 같습니다. 그래도 작은 아드님은 깨끗한 심성을 지닌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이로 컸군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그대로 하게 두세요. ‘ 곳곳을 어지르며 게임을 시작했고..’ 이렇게 하면서 창조성이 향상되는 아닐까요?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말입니다.

  • profile
    보해 2023.05.07 10:59

    YC님도 아들만 둘이군요.

     

    어제 산행중 어느 회원님이 딸만 둘이라 해서 참이쁘고 좋겠다 했더만 가끔은 엄마말 안듣고 제멋데로 해서 속상한 경우도 많다 하길래 바로 생각난게 그러면 딸아들 한명정도 1대1 맞교환 제인해볼까 생각 들었습니다. 정 협상이 어려우면 교환시 몇백불정도 제가 얹어 드리는거도 협상카드에 고려할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맞습니다.

    차라리 정기산행을 오시셔 걷는게 좋을뻔 했습니다.ㅎ

     

    지난해 결혼전까지는 바쁘다며 콧배기도 볼수없었고 대학땐 전공하던 전자공학에서 지가 좋아하는걸 찿았다며 과를 바꿔 1년을 더 금전적 데미지를 입히고 노가다의 길로 들어선  큰아들놈이 갑자기 세상이치를 통달한 사이비종교 교주마냥  옆지기를 대동해 요즘 아빠가 불쌍한 독거노인이라고 나의 방문 허락도 없이 내방하여  보살핌과 가르침을 설파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신경도 쓰이고 성가십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위해 하늘이 주신 이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좀 돌아댕기고 캠핑 백팩킹도 가야되는데 ㅠㅠ

     

     근데 딸들보면 부럽고 웃돈이라도 얹어줘 교환욕심 드는 나에게 서열1위이고 면도날이라 불리는 우리집 보스는 저에게 제발 아들들 반만이라도 따라하도록 노력해봐라 하는 멘트를 심심하면 날리네요. 나이들고 서럽습니다.저는 요즘 제인생을 위해 진정한 저의 독립을 꿈꿔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YC 님의 깊은 속마음이 느껴집니다

     

     

     

  • profile
    피터 2023.05.08 22:20

    딸들도 만만치 않어유, 보해님. 매일매일이 드라마랍니다.ㅠㅠ

    주중에 너덜너덜해진 내 영혼, 주말에 산에서 수리하고 돌아옵니다.

    네, 맞습니다. YC님은 정기산행에 나오셔야 했습니다. ㅎㅎ

  • profile
    보해 2023.05.08 22:33

    투표

     

    1번 : 동부에서 학업중 모처럼 부모님을 방문한 아들이 애뜻해 저녁 식사후 아들들과 영상 통화등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

    2번 : 영상통화니 오붓한 시간등은 씨잘데기 없는 사치이고 아들을 데리고 정기산행 나와 아들놈은 걷던말든 내팽겨두고 내가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강하게 (??) 키운다

     

    난 당연히 2번이 정답이라 보고 2번에 투표합니다

  • profile
    Aha 2023.05.11 07:30

    1번

  • profile
    페트라 2023.05.07 20:22

    마지막 현실감 100% 공감되는 구절에서 웃음이~~^^

    작은아들 데리고 정기산행에 오셨어야 했습니다 ^^

  • profile
    FAB 2023.05.07 23:00

    낭만이 현실과 만나면 마음에 남는게 몇가지 있죠.... 후회, 서글픔, 낭패감, 때로는 비참함과 치밀어 오르는 부아~~~. 그럴 때 명약은 도피와 잠입니다. 그런 면에서 산행은 언제나 행복입니다.... 우리 넘들도 이번 주에 우르르 들이닥칠텐데,,,,, 다가오는 현실을 내 어이 견뎌낼른지... 이게 남의 일이 아니어라.... 그런데 악어와 별 같은 레디메이드 소재가 생활 속에서 예술이 되니 뒤샹은 피카소보다 위대합니다. 

  • profile
    이장 2023.05.08 08:55

     월요 아침 저 포함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

    이번 한주도 모다 힘내시요~^^

    https://youtu.be/1ZZNJT6HpVg

     

    인권이형 노래

    https://youtu.be/zZOCgNXU9eY

  • profile
    YC 2023.05.09 23:38

    격려 위로 동감의 말씀과 음악 감사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 키우시면서 더 파란만장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작은 아들은 지금 피아노를 미친듯이 치고 있는데 실력이 늘어 놀랐습니다.

    아내에게 무슨 영문인지 물어보니 사랑의 힘이라는데,,,

     잘 크고 있는 것 같습니다.

  • profile
    Aha 2023.05.11 07:35

    사랑의 힘과 함께

    시랑의 기술도 필요 하지 않았을까 생각 들어요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갸들은 아닐수도 있었겠구나....

    그래도  애써 줘서 감사하다고  한마디 해주면

    부족한 아빠가 그저 고맙고 감사  합니다.

    늙으면 애가 되는것 맞는말 같습니다  


  1. 누굴 진짜 꼰대로 아나??

    누굴 진짜 꼰대로 아나 창공님이 올리신글 “나도 꼰대라고?” 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흔히들 꼰대라고 지칭하는 기준은 Who: 내가 누군지 알아 When: 나때는 말이야 Where: 어디서 감히 What: 내가 무엇을 Why: 내가 그걸왜 ? How: 어떻게 감히 라는 논리구조...
    Date2023.09.08 Category기타 By보해 Reply8 Views292 Votes0 file
    Read More
  2. <창칼 12> 나도 꼰대라고?

    <창칼 12> 나도 꼰대라고? (1부) 마을에서 회의가 열렸다. 회의 진행자인 마을 이장이 말했다. “요즘 들어 유독 꼰대들에 대한 야그들이 많은데 이게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닌 바, 오늘은 회의 주제로 꼰대가 무엇인지를 규명을 해 보고 대책을 세워봅시다.” ...
    Date2023.09.07 Category건강-웰빙 By창공 Reply12 Views339 Votes0 file
    Read More
  3. <창칼 11> 자물쇠와 어머니

    <창칼 11> 자물쇠와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지난 주에 향년 9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셨다. 아버지의 작고 후 1년 반 만이다.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지 못하는 죄스러움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휴가때마다 부모님을 찾아...
    Date2023.08.21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50 Views703 Votes0 file
    Read More
  4. <창칼 10> 한국어 신화 깨기

    <창칼 10> 한국어 신화 깨기 최근에 여기 <회원들 이야기> 코너에 올린 나의 글들을 재미 삼아 Google 번역기로 영어 번역을 시켜 본 적이 있다. 문단을 복사하고 붙이기를 했을 때 번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계산기 같은 속도에 입을 다물...
    Date2023.08.07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10 Views273 Votes0 file
    Read More
  5. <창칼 9> 본능과 진화 사이에서

    <창칼 9> 본능과 진화 사이에서 (부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의식의 무거움) 아주, 아주 오랜만에 딸, 빛난별을 데리고 동사님 주간 Huddart 공원 토요 산행을 참가했다. 멀지만 산악회 바자회를 한다는데 빠질 수 없잖는가. 빛난별이 중학교, 고등학...
    Date2023.07.25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8 Views235 Votes0
    Read More
  6. <창칼 8> 암 치료법의 도그마와 신화 깨기

    (Disclaimer: 여기에서 논의 된 내용들은 철저히 개인이 체험하고 개인적으로로 공부한 것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니 모든 의학적 결정은 독자 개인이 정확한 의학 정보를 취득하고 개인의 처한 조건을 고려하고 전문의와 상의하여 내리실 것을 권합니다.) <창칼...
    Date2023.07.19 Category건강-웰빙 By창공 Reply11 Views323 Votes0 file
    Read More
  7. <창칼 7> 총과 약, 음모론과 진실 게임

    (Disclaimer: 여기에서 논의 된 내용들은 철저히 개인이 체험하고 개인적으로로 공부한 것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니 모든 의학적 결정은 독자 개인이 정확한 의학 정보와 개인의 처한 조건을 고려하고 전문의와 상의하여 내리실 것을 권합니다. 단지, 그동안 수...
    Date2023.07.04 Category건강-웰빙 By창공 Reply12 Views444 Votes0 file
    Read More
  8. <창칼 6> 개고생 vs. 꿀고생

    (한국행을 마치고 귀국을 하는 비행기 안에서 끄적거려 본 글을 공유해 봅니다.) <창칼 6> 개고생 vs. 꿀고생 행복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주제도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구는 사는 목적이 행복이라고 하고 누구는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도 한...
    Date2023.06.15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7 Views255 Votes0
    Read More
  9. Update

    <창칼 5> 개구리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

    (서언: 고국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에 갇혀 있는 데다 밖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홈피를 뒤적이다가 글 하나를 끄적여 봤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없음 과감히 패스해 주세요!!) <창칼 5> 개구리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이전에 몇 개의 주제로 글을 끄...
    Date2023.05.30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12 Views401 Votes0 update
    Read More
  10. Update

    <창칼 4> 몰입 과학과 평범한 슈퍼휴먼 (통달- PART II)

    경고: <몰입>에 대한 주제에 대해 최대한 짧게 쓴다는 게, 나름의 체계적 설명을 시도하다 보니 글이 좀 길어져 버렸습니다. 긴 글이 부담인 분들은 패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용 중에 불편을 느끼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 그때는 언제든지 읽기를 ...
    Date2023.05.18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12 Views302 Votes0 updatefile
    Read More
  11. Update

    <창칼 3> 나의 저탄 체험기

    <창칼 3> 나의 저탄 체험기 그 무엇이냐, 창공이라는 자가 최근들어 유별나게 탄수화물 음식을 절식한다는 무성한 소문과 함께 산행길에서도 보면 그 맛있는 온갖 종류의 탄수화물 음식들을 거부하지를 않나 풀만 먹는 장면들을 연출하지 않나, 언제부터인가 ...
    Date2023.05.15 Category건강-웰빙 By창공 Reply20 Views415 Votes0 update
    Read More
  12. Update

    <창칼 2> 통달의 평범성 (Part I)

    <창칼 2> 통달의 평범성 (1 부) 20세기 최고의 천재라고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의 원리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아주 평범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모국어 습득이 너무나 더뎌서 부모님들이 심히 우려를 하였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성적...
    Date2023.05.09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6 Views251 Votes0 updatefile
    Read More
  13. 악어와 별

    이게 뭘까 했습니다. 유치한 악어 인형과 구태의연한 모양의 별. 그리고 그 둘을 대충 묶은 실. 아내가 동부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아들이 설치 미술 수업 중 과제로 제출한 것이랍니다. 그럭저럭 재주가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성의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 작...
    Date2023.05.07 Category기타 ByYC Reply13 Views265 Votes0 file
    Read More
  14. No Image

    만남 중창단 정기 공연

    베이 산악회가 시발점이 되었던 만남 중창단의 정기 공연에 산우님들을 초대합니다. 5월 정기 산행 끝나신 후 오신다면 반가운 얼굴들도 보시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https://baynewslab.com/%eb%a7%8c%eb%82%a8%ec%a4%91%ec%b0%bd%eb%8b%a8-%eb%b4%84-%ec%...
    Date2023.05.05 Category문화 예술 By길벗 Reply0 Views82 Votes0
    Read More
  15. 뇌 졸증 이야기

    AI 인공뇌 가 현실에 가까와진 느낌입니다. 이곳에 뇌에 관한 영상을 올립니다. 뇌혈관 학회에서 뇌수술 명의로 공인받는 자랑스러운 저의 동생입니다. 사명감으로 의사하는 진짜 의사랍니다. 시간되시면 한번시청해 보세요 모두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http...
    Date2023.04.07 Category건강-웰빙 ByAha Reply6 Views195 Votes0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