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5 20:18

뚝길을 걸으며

조회 수 172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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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간간이 내리는 비와 추워서 뚝길을 걸은 게 나흘 전이니 큰 맘 먹고 집을 나섰다. 오후가 되어도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훅하고 얼굴을 스친다. 고속 도로에는 많은 차들이 어디를 가는지 쉴 새 없이 지나는 것이 연말의 맛을 듬뿍 느낀다. 가족과 친지의 만남, 친구 혹은 연인의 만남에 무척 설레리라. 그중에는 아픈 이를 위한 속 깊은 위로의 방문도 있겠다.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말을 들어줄 수가 있는 친구가 있으며 전화로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다. 요즈음은 한국에서 카톡이 많이 온다. 한국과 시간 차이 때문에 주로 새벽에 받게 되는데 가끔은 불편하기도 하다. 물론 연말이고 한해를 마감하는 때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의 안부 인사는 건강에서 시작하여 건강하라는 말로 끝난다.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그 말이 속 깊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르게 마음속에 와 닿는다. 이러한 마음은 해가 거듭 될수록 나의 마음을 더욱더 축축이 적실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푸근한 명상이라도 자주 하는 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은 뚝길위에 모처럼 지나다니는 '자전거'도 드물고 싸늘한 바람만이 옆의 하천을 떠돌아다닌다. 습기 먹은 시커먼 구름은 하늘과 산등성이에 걸리고 참으로 보기가 드문 진풍경이다. 바다 쪽에서 부는 바람은 숨을 쉬기 어려워지니 그동안의 갈고 닦은 독특한 방법인 뒤로 걷기가 빛을 보는 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바람막이로 사용했던 것이 오늘은 안성맞춤이다. 뒤로 걸을 때는 나만의 거꾸로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을..." 생각하며 미래의 시간에 덧대어본다.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지자고 하며 뒷걸음을 옮긴다. 앞으로도 살아가며 많은 사람을 만날 테지만, 내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나의 작은 관심과 배려를 하여야겠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특이하게도 생각은 되는데, 작품은 엉망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내가 나를 감싸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내가 옳고 타인은 그르다는 아집에서도 벗어났으면 좋겠다. 오늘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폭우라도 내릴듯한 날씨 덕에 실천하지도 못할 좋은 생각만 잔뜩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왔다.

 
  • profile
    이슬 2015.12.26 20:25

    무심님~~

    늘~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좋은글들 감사합니다

    처음엔 너무 총총히 붙어있어서  읽기가 싫었는데~~

    어느날부터 인내를 갖고 읽기 시작한것이~~ 

    이제는 열성팬이 되였네여

    한번도 뵙지 못했지만 

    대충 글속에 어떤분이라는게 보입니다 ㅎㅎㅎ

    짧은 수필 같은 글속에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값진 보석이 있네여


    산행에서 뵙기를 기대 합니다~~~


  • ?
    musim 2015.12.26 20:57
    이슬님,
    반갑습니다.
    한분 한분이 댓글로 응원을 주시니 계속 쓰게 되는군요.
    문장을 잘 엮을 줄 모르는 이가 계속 쓰게 되면 실수가 있게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한 분이라도 읽어 주시는 분이 있기에 부족한 줄은 알지만 쓰고 있습니다.
    너무 과분한 칭찬을 들으니 고맙기도 하면서 글에 대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언젠가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산. 2015.12.27 09:31

    지나온 삼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니 무심님이 보여주신

    산악회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늘 우리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금년이 가기전에 나자신을 뒤볼아 보는 성찰의 기회를 주신 

    무심님의 좋은 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베이 산악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부탁 드리오며

    더불어 좋은글로 늘 산악회와 함께 할수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뒤로  걷는 운동을 꾸준히 정진 하신다면 아마도 세월의 시간도 되돌릴수 있지 않을까요...ㅎㅎ

    새해에는 산행에서 무심님의 더 젊어진 모습을 뵙기를 희망 합니다.^^

  • ?
    musim 2015.12.27 11:32

    산님,

    고맙습니다.

  • ?
    나리 2015.12.27 21:26

    무심님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시나요~

    정말 감탄이 나오네요!

  • ?
    musim 2015.12.27 21:42
    나리님,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