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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대의 세 인물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 중에서 누가 가장 천재인가하고 묻는다면 제 의견은 노부나가입니다.
처음 대망을 읽을 때는 미천한 신분에서 천하인까지 성장한 히데요시가 제일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바뀌었습니다.

이에야스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수재형입니다. 천재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날렵함이 부족합니다.
번뜩이는 천재가 보이는 것은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입니다. 두 사람 다 천재인건 분명하지만 격이 좀 다릅니다.

히데요시는 어딘지 좀 영악합니다. 개똥밭에 구르다보니 닳고닳은 흔적이 문득 문득 보입니다.
히데요시가 현실과 타합하는 처세형 천재라면, 노부나가는 처세 따윈 안중에도 없는 잡스형 천재입니다.

노부나가는 자연인 그 자체입니다. 한번도 굽혀보지 않은 인생,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망하지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오히려 세력이 커져만갑니다.

사실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제자입니다. 천재 노부나가에게 진심으로 반해서 몸이 부서지는것도 아까워 하지않고
노부나가의 뜻을 세우는데 정성을 다 하다보니 일자무식 히데요시에서 작은 노부나가로 변신하게 된 것입니다.
노부나가가 느닷없는 모반을 만나 횡사하지 않았다면 히데요시가 역사의 전면에 나설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노부나가가 천재란걸 보여주는 무수한 예화들이 있습니다.
일본에 수입된지 얼마 안 된 조총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람이 노부나가입니다.
락시락좌, 억눌렸던 상업과 유통을 자유롭게 풀어서 민생과 경제를 본격적으로 부흥시킨 것도 노부나가.
그때까지 신성불가침이었던 불교 무장세력들을 과감히 공격해 태워버리면서 구악을 타파한 것도 노부나가..

그러나 진짜 감탄은 오케하자마 이후 노부나가의 행보입니다.
오케하자마에서 노부나가가 요시모토를 잡은 것은 일본 3대 대첩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기적적인 승리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적적인 성공은 패가망신의 시작이 됩니다.
수주대토, 또 한번의 기적을 기다리면서 무위도식하거나 스스로 자존자대해서 자진해서 불구덩이로 뛰어듭니다.
전국시대의 수많은 무장들이 승리에 도취해서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다가 어이없이 멸망당합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오케하자마 이래로 다시는 모험적인 전투를 치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케하자마가 노부나가가 치룬 유일한 기습작전이고 그 후에 노부나가의 전쟁은 싱거운 싸움뿐입니다.
출중한 기량을 갖춘 천재는 많지만, 자신의 기량까지 이기는 천재는 흔치않다고 합니다. 노부나가 대단합니다.

항상 다수로써 소수를 치는 것이 노부나가의 전법입니다.
압도적인 군세를 준비한 다음 질 수없는 싸움이라고 판단이 되면 그때 비로소 공격합니다.

물론 모든 판단이 다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오판해서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어쩔수 없이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불리하면 싸움을 피합니다. 도망치는 것도 예사입니다. 삼십육계도 여러번... 그러나 더 이상의 옥쇄작전은 없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화산같은 성정의 노부나가가 단 한 번의 분화를 끝으로 이후로는 쭈욱 폭발하지 않은 점입니다.
평생을 통해 자기의 성질을 이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손해와 패망은 성질대로 하다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노부나가가 오케하자마 싸움으로 얻은 가장 큰 전리품은 이에야스였습니다.
이에야스는 오케하자마에서 몇십리 떨어진 어느 성채를 공략해서 지키고 있었는데,
요시모토 전사의 소식을 느즈막하게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다들 도망가느라 연락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갓 스무살이 된 이에야스지만, 몸에 배인 조심성으로 요시모토의 죽음에 경거망동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공황상태에 빠져 허둥지둥 본토로 도망하는 와중에 이에야스는 전군에서 가장 나중에 퇴각하였다고 합니다.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이에야스는 미카와 낭중을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가집니다.
우직한 미카와 무리도 모두들 눈빛이 흔들립니다. 이 때 누군가가 중심을 잡아주지않으면 공황에 빠지게 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에야스 역시 보통 기량의 대장이 아닙니다.
모인 자들이 모두 미카와 가신들만이 아닌 자리입니다. 누설을 경계한 이에야스는 옥쇄를 선언합니다.
요시모토의 은헤를 입었으니 복수전을 위해서 오다로 쳐들어가겠다. 내일 아침 출진을 위해 성하에 집결하라..

이에야스가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첩보가 즉각 오다에게 올라갑니다.
이미 대세를 장악했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둥지둥 쫒기는 적을 허둥지둥 쫒아가던 오다의 군세가
다시 수비형태로 오므라들기 시작합니다. 기습으로 이겼으니 역습에 대한 공포도 그만큼 더 크기 때문입니다.

내일 호랑이 입으로 쳐들어가기로 한 이에야스가 저녁 어스름에 은밀히 미카와 가신들만 모아서 다시 회의를 가집니다.
한 중신이 조심스레 건의합니다. 거센 물결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은 상책이 아니니 일단 미카와로 돌아가서 군세를
정비한 후 다시 복수전을 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에야스는 묵묵부답 듣기만 합니다.

반대하지 않는 이에야스에게 용기를 얻은 가신들이 하나 하나 용기를 내서 퇴각을 건의합니다.
본심으로는 이미 퇴각을 결정하고 있던 이에야스이었지만, 가신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퇴각하는 모양을 갖춥니다.

이런 형태의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장이 어서 퇴각하자고 나대기 시작하면 부하들은 공포에 전염되어서 제 한 몸 사는 길만 찾게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일단 한번 옥쇄를 결정해서 가신들이 죽음을 각오하게 만들면 공포심은 사라지게 됩니다.
주군이 무사의 의리를 들어서 옥쇄를 결정했는데, 가신이 가타부타 다른 의견을 말하는것은 무사의 수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야스가 일단 한 번 가신들을 죽여놓은 다음, 한밤중에 다시 회의를 소집한 의도를 가신들은 눈치챕니다.
난세에 그 정도 머리도 돌아가지 않으면 중신은커녕 잡병 노릇하기도 어렵습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이에야스 부대는 삼엄한 기세로 어두운 밤길을 퇴각합니다.
가장 어려운 작전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후퇴작전이라고 한답니다.

전쟁에는 기세라는것이 있는데, 한번 기세를 타면 양떼도 사자무리를 물리치게됩니다.
군대라는건 단단한 껍질이 앞에만 있고 뒤는 그냥 무방비인 기묘한 달팽이같은 조직입니다.

적이 앞에서 공격해오는 것은 넉넉히 싸울 수 있지만, 뒤를 공격당하면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적에게 꽁무니를 보이면서 도망하는 것이 철수작전입니다. 어느 순간이든 뒤를 잡히면 거의 끝장입니다.

부하들에게 냉수를 끼얹어서 각오를 다지고, 거기에 야밤을 틈타서 은밀히 움직이지만, 혹시라도
오다군이 뒤를 추격한다면 무사히 살아 돌아갈 확률은 반도 안 되는 것이 이에야스의 철수작전입니다.

이미 이마가와의 모든 군세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적국 오와리에 남은 것은 이에야스뿐입니다.
노부나가는 이에야스가 허장성세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후퇴하리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장래의 후환이 될지도 모르는 이에야스를 공격할지 살려둘지 고민하는 맹수 노부나가..
전쟁의 광기는 무섭습니다. 결단이 늦어지면 인접한 오다의 군세가 이에야스를 치게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에야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에야스는 이마가와 다른 장수와는 달리 위험한 인물입니다.
거의 무너져버린 미카와가 이에야스로 인해 결속이 되어지면 강력한 적이 이웃에 다시 출현하게됩니다.

노부나가, 이에야스를 지금 쳐서 후환을 없애야 할까요?
이에야스 절체절명입니다.

일요일은 마눌이 무서워서 쉽니다. ^^

[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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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랑 2011.12.29 01:28
    아직 일요일이 멀었으니 계속 하세요.          재미가 충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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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bee 2011.12.29 02:56

    저도 대망에서 가장 멋진인물로 노부나가를 꼽는데 동의합니다.
    처세 따윈 안중에도 없고, 거침없이 삶은 살았던 남성상의 동경이랄까.. 

    취향이 비슷한분이 ( 마눌이 무서워하시는것도 그렇고...),  글을 잘도 쓰시네요.

  • ?
    아지랑 2011.12.29 04:33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다 노부나가의  ok 하지마   전승을  위해서  된장 걷으러 다녔다는 것 외엔
    그사람에 대한것은 아직 많이 소개  안 되었는데, 혹시 하루 분량 건너 뛰신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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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뚝이 2011.12.29 18:22
    노부나가는 멋있는 사람은 맞는데 이런 사람들을 여러 명 데리고 일할려면 매니저는 아~~주 힘이 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