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밥집 강씨 아저씨의 '1백번째 손님' 이야기] 

국밥집 주인 강씨 아저씨는 손님을 기다리며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의 손님들이 한 차례 지나간 뒤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때늦은 점심을 찾는 손님이 몇은 더 있음직한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천천히 문이 열리면서, 머리카락이 허연 할머니가 들어섰습니다. 
그 뒤에 열 살도 채 안돼 보이는 소년이 마치 꼬리를 잡듯 할머니의 한 손을 꼭 잡고 따라 들어왔습니다. 옷차림이 남루하고, 얼굴에는 궁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 저어... 쇠머리국밥 한그릇에 얼마나 하는지...?” 
“4천원입니다.” 

강씨 아저씨는 사람좋은 웃음을 온 얼굴에 가득 담아 보이며 대답했습니다. 

할머니는 몸을 조금 돌려 허리춤에서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그 주머니 안에 든 동전까지 조몰락거리며 헤아려보더니 소년을 자리에 앉히고 
할머니는 맞은쪽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한그릇만 주세요.” 
“예?” 
“난 점심을 이미 먹었다오.” 
“아, 예. 맛있게 말아드리겠습니다.” 

국밥 한그릇이 할머니와 소년의 가운데에 놓였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아가야, 어서 많이 먹어라.” 
“할머니, 정말 점심 먹었어?” 소년은 할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럼, 배불리 먹었다. 너나 어서, 어서 먹어라.” 

그제서야 소년은 국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게걸스럽게 먹는 동안 할머니는 깍두기 하나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국밥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습니다. 
어느새 뚝배기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서 혀로 입술을 핥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씨 아저씨가 그들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오늘 참 운이 좋으십니다. 할머니는 오늘 우리 집의 백번째 손님입니다.” 
“뭐라구요?” 할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씨 아저씨를 쳐다보았습니다. 
무슨 소린지 몰라 불안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우리집에서는 그날의 백번째 손님께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작은 복권을 하나 타신 셈이지요.” 
“아니, 그게 정말인가요?” 할머니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웬 횡재냐?’하는 기색을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 그럼요. 오늘은 그냥 가시고, 다음에 또 오십시오.” 

한손으로 돈주머니를 꽉 쥔 할머니는 쪼글쪼글한 주름살 속에 숨겨두었던 반색을 죄다 드러내며 환히 웃었습니다. 
문을 열어주며 할머니와 소년을 배웅하는 강씨 아저씨는 그보다 더 밝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2개월쯤 뒤, 할머니와 손자가 또 강씨 아저씨네 국밥집에 들렀습니다. 
그들을 알아본 강씨 아저씨는 대뜸 “할머니는 참 복이 많으시군요”라며 반겼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백번째 손님의 행운을 그들에게 안겨주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강씨 아저씨가 무심코 창 밖을 내다보다가 길 건너 쪽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낯익은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왔던 소년이었습니다. 

아저씨는 한참 유심히 살핀 뒤에야 소년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냈습니다. 
강씨 아저씨네 국밥집에 손님이 한사람 들어올 적마다 돌맹이 하나씩을 땅에 그린 동그라미 안에 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심 손님이 거의 끊어진 뒤에 그 돌맹이를 헤아려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기껏 해야 돌맹이는 50개도 안되었던 것입니다. 사흘째 내리 그 아이를 본 강씨 아저씨는 아내를 보내 무슨 까닭인지 넌지시 알아보게 했습니다. 

한참만에 돌아온 아내의 얼굴빛은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내일모레가 제 할머니의 생신이래요. 할머니께 국밥을 대접해드리려고 언제쯤 오면 백번째 손님이 될 수 있는지를 셈치고 있나 봐요.” 

이미 백번째 손님에 대한 사연을 알고 있던 그의 아내가 일러주었습니다. 

“이거 야단 아닌가!”를 연발하던 강씨 아저씨가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러더니 전화기 앞에 붙어 앉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댔습니다. 

“과장님이세요? 모레 점심 시간에 저희 집에 오십시오. 별일은 아니고요. 
평소에 도와주셔서 점심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요. 친구분들하고 같이 오시면 더 좋습니다.” 

“여보게, 날세. 모레 점심 시간에 우리집에 오게. 무슨 날은 아니고. 
그냥 점심 한끼 같이 먹고 싶어서. 그래, 직원들도 함께 와.” 

드디어 그날이 되었습니다. 강씨 아저씨네 국밥집 건너편 길에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혼자가 아니고 할머니랑 같이였습니다. 
강씨 아저씨네 국밥집에 손님이 한사람 한사람 들어갈 적마다 동그라미 속에 돌맹이를 하나씩 넣었습니다. 강씨 아저씨는 부인과 함께 가끔 창 밖으로 그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여느 날과 달리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어서 일어서! 벌써 아흔아홉번째 손님이 들어갔어. 다음이 백번째란 말이야.” 
얼마 뒤 소년이 서둘러 할머니 손을 잡고 끌었습니다. 

"할머니, 오늘은 내가 할머니한테 사주는거야.” 
“그래, 고맙다.” 
할머니는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진짜 백번째 손님이 된 할머니는 또 따뜻한 쇠머리국밥 한그릇을 대접받았습니다. 
식당 안을 가득 메운 손님들은 아무 영문도 몰랐습니다. 
아내가 강씨 아저씨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습니다. 

“여보, 저 아이에게도 한 그릇 줍시다.” 
그러나 강씨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쉿, 그런 말 말아요. 쟤는 오늘 안먹어도 배가 부르는 법을 배우는 거라오.” 

할머니는 천연덕스럽게 혼자서 국밥을 후룩후룩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길은 할머니의 숟가락을 따라 계속 국밥 그릇에서 입으로 오락가락했습니다. 

그러다가 몰래 침을 꼴짝 삼켰습니다. 
“너 정말 배 안고파? 좀 남겨줄까?” 
“난 안 먹어. 정말 배불러. 이봐.” 

아이는 짐짓 배에 바람을 가득 넣어 앞으로 쑥 내밀었습니다. 그러고는 깍두기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날름 넣고 우직 씹었습니다. 
전에 할머니가 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강씨 아저씨와 그 아내의 입안에도 군침이 가득 고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는 뒤로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씨 아저씨네 국밥집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정말로 백번째 손님이 되어 국밥을 공짜로 먹는 사람이 날마다 생겼습니다. 
2백번째 손님이 되어 같이 온 사람들까지 공짜 국밥을 먹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 ?
    말뚝이 2011.10.04 23:25
    강씨, 국밥집은 언제부터 시작한거여?
  • profile
    나그네 2011.10.04 23:30

    어디선가 봤던 글인데...??     기억이 안나네.
    강氏 아저씨?    낯익은 아저씬데..??     혹시...   짜임스 강?

  • ?
    본드&걸 2011.10.04 23:43 Files첨부 (2)
    ㅎㅎ. 이게 퍼오면서도 불안했어요... 아무튼 헛발질을 안하시네요... ㅎㅎ

    a.jpg b.jpg
  • ?
    말뚝이 2011.10.04 23:49
    밥을 먹었는데도 침이 꼴깍 넘어가게 맛있게 생겼다. 비도 추절추절 오는데 국밥에 소주... 으아!
  • ?
    본드&걸 2011.10.04 23:54
    나도 초연하려구 했는데 네 글을 읽으니 턱이 당긴다. 아프다.
  • ?
    울타리 2011.10.05 00:04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왠지 국밥에 소주만 남은 것 같다는...
  • ?
    산향기 2011.10.05 21:14
    들었던 이야기인데 오늘따라 더 감동입니다.
    오늘처럼 비도내리고, 춥고, 쿠퍼티노 총기사건 난리 바람에 마음도 찹찹한데 
    따뜻한 고향생각으로 옛날 얘기하면서 따끈한 국밥으로 저녁을 대신했으면...

  1. No Image

    꾸뻑..신참 인사드립니다.

    주소..새크라맨토 이름..최건규 나이..1963 시간이 허락하는한 많이 참석 하겠습니다.잘부탁 드리겠습니다.
    Category인사 By돌... Reply4 Views4334
    Read More
  2. No Image

    아랫동네 산악회

    중.앙.일보 웹 서핑 중 발견한 아랫동네 (=남가주) 의 산행 이야기들입니다. JMT Thousand Lakes 밸리산악회 - 사진 멋있네요. 호숫가 옆에 꽃들은 누가 가져다 ...
    By본드&걸 Reply3 Views4701
    Read More
  3. No Image

    개 표정과 회사직급

    개들의 표정으로 본 회사 직급이라고 합니다. 사원과 인턴은 정말 재미있네요. ㅎㅎㅎ.
    Category웃기 By말뚝이 Reply4 Views4291
    Read More
  4. 무료 감기 예방 주사 맞는 곳들

    감기철이 되었습니다. 베이산악회 회원님들 중에선 감기 걸려 고생하시는 분은 안계신지 모르겠네요. 계시다면 신속한 쾌유를 바랍니다. 아래는 북가주 각 도시별...
    By본드&걸 Reply2 Views7033 file
    Read More
  5. No Image

    Steve Jobs가 죽었군요

    참 아까운 사람이 죽었습니다. 2005년 스탠퍼드졸업식에서 한 연설은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설은 여기로. 추모영상은 여기로
    By말뚝이 Reply8 Views4165
    Read More
  6. No Image

    [퍼온 글] 국밥집 강씨 아저씨의 '1백번째 손님' 이야기]

    [국밥집 강씨 아저씨의 '1백번째 손님' 이야기] 국밥집 주인 강씨 아저씨는 손님을 기다리며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의 손님...
    By본드&걸 Reply7 Views4132
    Read More
  7. No Image

    베이산악회 재정현황

    10월 1일 현재 베이산악회 재정현황입니다. 7/16/2011 El Corte de Madera 산행에서 죠니 워커님으로부터 회비잔고 $707.00 과 로고버튼 22개 전달받음 10/1/2011...
    Category알림 Bysky Reply2 Views4087
    Read More
  8. No Image

    아남카라님 & 캔디님, 정회원으로 등업되었습니다.

    아남카라님은 이미 정회원 자격이 되었었나 본데, 오늘에야 알고 등업해 드렸습니다. 캔디님은 지난 번 Huddart County Park 및 오늘 2번의 정기산행과 다른 2번...
    Category알림 By지다 Reply8 Views4010
    Read More
  9. 일전에 산행 중에 찍은 사진인데, 무엇일까요?

    지워버리기가 아까워서 올려 봤습니다...
    By지다 Reply2 Views3977 file
    Read More
  10. 가을의 단풍

    왜 매년 가을이 오면 나뭇잎이 빨강, 주홍, 자주, 노란색으로 에쁘게 물이 들까요 ? 그이유는 화학적 변화 때문 입니다. 봄과 여름철에 나뭇잎은 크로로삘 ( Chlo...
    By아지랑 Reply13 Views9132 file
    Read More
  11. Garmin GPSMAP 62ST 질렀습니다.

    저는 차마 못 지르고, 아들 녀석이 뭐가 갖고 싶냐고 슬그머니 묻더니 걍 질러 버리더군요...ㅎㅎ 군바리 월급이 몇푼 되지도 않을텐데... 암튼, 담주 부터는 새...
    By지다 Reply5 Views3574 file
    Read More
  12. No Image

    운영진회의 결과입니다

    쟈니워커 대표님을 대신하여 운영진회의를 진행 한 결과입니다. 운영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meong"이라는 닉네임으로 올렸던 글과 댓글들을 모두 삭제하며 "...
    Category알림 By나그네 Reply5 Views3853
    Read More
  13. 도마뱀 일화

    도마뱀 일화 세상 삶 속에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작고, 큰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어려울 때 도와줄 친구 한 명만 있다면 모든 아픔을 잊을 수 있겠지요? 예...
    By산소리 Reply3 Views3826
    Read More
  14. No Image

    한번 쯤 들을만한 글

    한 번쯤 들을만한 글 말이 많으면 반듯이 필요 없는 말이 섞여 나온다. 원래 귀는 닫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지만 입은 언제나 닫을 수 있다. 돈이 생기면 우선 책...
    By산소리 Reply3 Views3164
    Read More
  15. 가을 - 조병화

    가을엔 이름 모를 감정, 대상 모를 그리움이 있습니다... 가을 - 조병화 -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
    By본드&걸 Reply15 Views9759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 186 Next
/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