岸海酒麵迦娜波羅

by FAB posted Jan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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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안대 스님께서 피안에 이르러 니르바나에 이르게 한다는 바라밀다심경의 법문을 하나 제작(짝퉁)하시어 이번 씽키욘 바닷가에서 선토리 공양주로 천제를 올리시었습니다.  그 바라밀의 법문은 표제와 같은데, 그 음차가 심히 불경스러워 감히 음성문자로 표기할 수 없음을 널리 강호제현께 양해를 구합니다. 다만 그 뜻을 해석하자면,

"절벽으로 둘러싸인 바닷가에서 국수와 술로써 공양하니 그 아름다움이 부처의 반열에 올라 피안이 멀지 않음이여 ~~~."

이로써, 지난 위네머카 설산 중에 어설프게 시연했던 삽질 신공으로 인하여 야기했던 천지신명의 노여움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게 된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이 마당에서 저 마당으로 가는 이 마당에 있어서, 요 스토오리는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지난 금요일부터의 크로니클을 짚어 보겠습니다. 

 

                                                                                                                      본문

금요일

"띠리릭" 문자가 왔다. 산천님이다. "팹님, 산행지 자료를 검토하니 길이 험해 SUV 로 가는게 좋을꺼 같으니, 선비님하고 셋이 같이 가시지요."   결론적으로 이 제안은 신의 한수였다. 아침 늦으막히 산천님 뒷뜰에 앉아 출발 전 커피 타임을 가지면서 우리의 야부리는 그 서막을 알렸다. 아~, 중년 남성들의 수다~~~.

산행 전에 이렇게 여유롭게 출발을 한 기억이 있었나.... 이거 참 좋다.

4시간 넘게 101을 달려 산행 들머리로 들어가는 도로에 들어서니 첩첩산중 비포장 도로다.... 소방도로인데 정비를 하지 않아 이건 완전히 군 작전도로보다 못한 상태로 차가 이리저리 출렁거리는 상태로 한참을 가야 했다. 왼쪽은 바다로 직행하는 절벽에 길은 축축해서 바퀴가 살짝살짝 헛돌기도 하여 살짝 긴장한 상태로 차 한 대만 갈 수 있는 좁은 절벽길인데..... 갑자기 앞에 두어대 차량이 서 있고, 그 너머에 작은 세단이 90도로 정차되어 길을 막고 있었다. "아, 뭐냐...." 

내려보니 젊은 처자 둘이 차를 돌리다가 파인 고랑 속에 앞바퀴 두개가 죄다 빠져서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미국 놈 떡대 세 눔이 바라만보고 누구 하나 뭘 할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뭘 하긴 하려고 했지만 모두 포기하고 토잉카를 부르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단다. 이대로라면 잠시 후 어두워지고 차를 여기에 놓고 밤을 보내야하는 각이다. 하여간, 삽질신공하고 산천님의 운전신공으로 차를 빼내어 조금 늦었지만 들머리에 도착했다.  동쪽 색구라민토의 안대 스님과 돌님, 남쪽 선비님, 산천님과 팹은 그 저녁에도 이어지는 수다를 안주삼아 각종 주류를 말끔히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취침에 들 수 있었다. 

 

토요일

밀려오는 그 파도소리에 단잠을 깨우고 기상하여 08시 땡땡 산행 들머리에 당도하여 밤을 도와 새벽에 오신 켄님과 접선하였다. 캘리포냐같지 않는 원시림 지역의 산행은 어떨른지, 바닷가 산의 매운맛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출발. 무릎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걱정을 하였으나, 무리없이 첫 고개를 올랐는데 아차 왼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입었다. 그 다음부터 고행길이 시작되었다. 바다 절벽으로 조성된 오솔길이라 길 상태가 좋지 않아 산행 진도도 예상보다 지체되고 중간중간 길이 분명치 않아 길 찾는데도 시간 소모가 적지 않았다. 혼자 가기에는 여러모로 위험이 따르는 산행환경이라 산행 안전에 대하여 새삼 느끼게 해주는 코스였다.  거기에 해무가 짙어서 음산한 분위기에 바다경치를 기대하기는 커녕 숲속길은 Spooky 하였고, 중간중간 굵직한 나무들을 넘어야하고, 칼날같은 갈대를 헤집고 지나야 하는 성가신 구간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덤불 숲을 헤치고 지나는 구간이 많고, 불안정한 비탈길도 적지않아 스릴감 있는 구간도 있었지만, 길 자체는 상당히 재밌기도 하였다. 이러구러 산을 세개 넘고, 시냇물 두 줄기를 넘어서 오후 2시가 돼서야 Jack Ass 숙영지에 도착하였다. 이 팀이면 사간당 2 마일은 갈 수 있는 구성원인데, 점심 시간 포함 6시간 만에 도착하였으니, 산행 코스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숙영지는 정말 별 다섯개에 하나 더 얹어도 될만큼 만족스러운 위치였다. 맑은 개울이 흐르고, 우람한 레드 우드 숲속에 5 분만 내려가면 멋진 바다를 볼 수 있고, 화장실까지 완비되어 있는 호텔급 캠핑장이었다. 주위에서 젖은 나무를 모으고, 발화신공을 발휘하여 불까지 지펴놓으니 다시 중년 남자들의 수다가 시작되어 칠흑같은 어둠 속에도 튀어나오는 갖가지 다양한 주제의 야부리 파티가 밤까지 이어졌다.  

 

일요일

어제 매치로, 08시 땡땡 군장꾸려서 화덕 앞에 집합, 힘찬 구령소리와 함께 05 분에 출발.

되돌아 가는 길은 들어올 때보다 수월함을 느꼈다. 산천님이 썬글라스 찾느라 25 분 소요했고, 도중에 팹이 또 넘어져서 오른발목 부상으로 양발모가지가 나가는 상황이 있었지만, 전원 오후 1시 45분에 원점으로 복귀. 갈 때보다 한 시간 단축했으니 짐승들이 따로 없다.  산행 내내 돌님은 앞으로 전진 또 전진하여 그 위치를 알 수없는 상황이 많았는데, 길바닥에서 우리를 보고 돌진하던 그 숫사슴이 돌님한테 덮치는 상황에 대해 특히 선비님께서는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17 금 상황이라고는 말을 못하겠다....

1 시 45분부터 들머리에서는 찢어지기 싫어하는 남정네들의 뒷풀이가 있었다. 역시 뒷풀이는 길게해야 제맛이다. 맥주 깡통이 난무하고, 쌀국수와 우동이 끓고, 쏘시지와 스팸이 깔려있는 이 분위기를 그 누가 마다하리오..... 3 시에 파장하고 귀가길 시작. 산천님이 운전하여 101으로 나간 후 개스를 채우고 선비님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한 시간만 운전하고 팹으로 선수 교대를 하는 걸로 약조하였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팹의 야부리에 선비님은 선수 교체도 잊어버린 것은 물론, 날이 어두워짐에도 썬글라스 벗는 것도 까잡수시고, 저녁 7시 45분에 산천님 댁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본인이 썬글라스를 끼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될만큼 팹의 야부리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고, 또한 강력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직도 1/3 정도 더 남았는데..... 

 

                                                                                                         에필로그

아~, 그렇지만 이제 조신하게 살아야게따 ~~~.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