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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2025.04.26 23:59

The W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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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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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Ishmael."

 

소설 모비딕의 유명한 첫 구절이다.

왜 아브라함과 그 정처의 아들인 이삭이 아니고 몸종 하갈의 아들인 이스마엘이라 불러 달라고 했을까?

이삭은 히브리 민족의 조상으로 일컬어지고 이스마엘은 아랍 민족의 조상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쿠란에서는 신의 은총을 받은 적자는 이삭이 아니라 맏아들인 이스마엘로 얘기한다.

그들 사이의 자존심 대결인 것도 같다.

어쨌든 유대교와 기독교의 영향이 큰 서구 문화에서는 이스마엘은 어딘가 정통적인 느낌은 아니다.

소설에서 이스마엘은 에이허브 선장이 이끄는 피쿼드호에 선원이자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잡는 여정을 그린 화자로 등장한다.

예전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화자인 이스마엘에게 이끌렸다.

모비딕으로 인해 다리 하나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에이허브 선장의 열정, 또는 광기 어린 집념과 행동은 내게 그리 다가 오지 않았다.

현실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며 에이허브 선장을 비판하는 항해사 스타벅스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최후의 순간에 에이허브 선장의 편에 서 피쿼드 호와 최후를 같이 하는 그를 이해할 것 같으나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이스마엘은 이 모든 것을 다소 한발짝 떨어져 지켜 보면 얘기를 전했다.

열정에 파 묻히거나, 어떤 대상에 차츰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내 성격 탓으로 이스마엘이라는 화자에 더 끌렸던 것 같다.

 

----------

"The Whale"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에서는 소설 모비딕이 중요한 모티브로 쓰인다.

찰리는 600 파운드나 되는 고도 비만으로 10여년 전 동성애자인 그는 남자 친구와 살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나왔다.

그런데 그 남자 친구마저 자살한 이후 세상과 단절하고 지내고 있었다.

그는 온라인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작문을 지도하는 강사의 일을 하고 있다.

고도 비만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노트북의 카메라가 망가졌다고 둘러대어 숨길 수 있었다.

그러다 점점 건강이 악화되고 그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8살 이후 보지 않았던 딸 엘리를 거의 10년 만에 만나 그녀가 어린 딸을 버린 자신을 깊이 원망하는 것을 알았다.

엘리가 자신으로 인해 반항적으로 자랐고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고 퇴학 당할 위기라는 것에 자책을 하게 되었다.

딸을 돕고자 작문 과제를 도와 주겠다고 하나 엘리는 거부한다.

찰리는 이에 자신을 만나 주면 모든 재산을 엘리에게 주겠다고 한다.

이후 줄거리는 스포일러라 생략한다.

 

영화의 구조는 단순하다.

가족을 버린 남자와 그 반항적인 딸에 대한 관계가 기둥 줄거리이고

주변 인물로 찰리를 돌보는 간호사, 얼떨결에 이 집에 끼어든 어린 선교사, 찰리의 전처, 피자 배달부가 전부이다.

적은 등장 인물이지만 짜임새 있는 서사와 인물간 갈등이 잠시도 극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주인공인 브랜드 프레이저의 연기가 압권이다.

젊었을 때 미이라 시리즈와 조지 오브 정글에 나왔던 그 꽃미남은 중년의 배불뚝이가 되어 있었다.

 

조지오브정글_브랜든프레이저.jpg

더웨일.jpeg

 

  

자폐를 가진 아이와 부인과의 힘든 이혼, 초기 성공에 비해 망가진 그의 경력으로 이 영화 출연 전 그는 잊혀진 배우였다.

수 년 전 그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그의 이런 사정을 모르고 흘려 들었다.

영화를 보면 그의 화려한 젊은 날과 수많은 아픔을 겪은 후 지금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 온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사람들이 수 분 동안 기립 박수를 쳐 주는 장면이 있다.

상처를 극복하는 한 인간을 바라 보는 것은 울림이 있다.

 

----------------------------------------

다시 소설 모비딕을 생각한다.

영화에서 고래는 비만한 사람의 멸칭이고 고래는 소설처럼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주인공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고래는 단지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역시 스포일러라 생략한다.

 

소설에서 고래 모비딕의 입장에 대한 서술은 없다.

모비딕으로서는 바다에서 조용히 살다 괴롭히는 인간을 만났을 것이다.

모비딕도 찰리처럼 죽어 간다.

찰리와는 달리 자신이 왜 인간들에게 미움을 받는지도 모를 것이다.

왜 에이허브가 자신에게 원한을 갖는지, 이쉬마엘, 스타벅스와 선원은 왜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기름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찰리는 마지막에 구원을 받지만 모비딕은 어떤 생각을 하며 최후를 맞이 하였을지 알지 못한다.

 

허먼 멜빌이 살아 있다면 한번 이와 같은 시작으로 소설을 써 달라고 싶다.

 

"Call me Whale."

 

 

 

  • profile
    창공 20 hours ago
     
    말씀을 들으니 소설 '모비딕'의 흰고래는 자신이 왜 인간들로부터 공격을 받는지 알 수 없는 순수한 희생자로 다가옵니다. 영화 '고래'의 주인공 찰리는 부당한 비난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가족에게 상처를 준 이중적 존재로 비치고요. 찰리 역의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는 이 복잡한 인간 드라마를 자신의 실제 인생사와 겹쳐 연기해낸 것 같네요. 이는 결국, 슬럼프를 이겨내고 재기해서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가 수 개월간 다같이 겪은 실화 속의 한 사람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런데 YC님은 이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두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시는군요. 소설, '모비딕' 속 이스마엘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 "Call me Ishmael!"로 시작한다면, YC님의 버전은 "Call me Whale!"이 되겠네요. 이 고래는 작년 한 해 동안 우리가 함께 겪은 힘겨운 드라마를 극복해온 한 주인공을, 그리고 영화 속 찰리와 그의 역을 맡은 브렌든 프레이저를 떠오르게 합니다. 동시에, 모든 상황을 냉철하게 관조하는 YC님도 떠오르고요.
     

    '나는 이 은유와 상징들 속에서 어디에 위치할까'란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YC님의 문장들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숨가쁘고 치열했던 "우리"의 경험을 문학적 깊이로 승화시키는 통찰의 힘을 보여 주네요. 제가 해석에 오버를 했을까요? ^^

     

  • profile
    창공 16 hours ago
    YC님의 글에 감흥을 받고, 님이 제시한 방향에 맞춰 시적 산문을 지어봤습니다.
    단, 허먼 멜빌의 허락을 못 받았다는 걸 밝힙니다.
     

    <고래의 노래> 

    나를 고래라 부르라!
    심연 깊은 바다, 빛도 닿지 않는 곳에서
    나는 고요히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다만 숨 쉬었고, 다만 헤엄쳤고, 다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 커다란 몸짓을 두려워했다.
    내 깊은 침묵을 오해했다. 내 자유로운 길을 미워했다.
    두려움은 소문이 되고, 소문은 증오가 되고, 증오는 작살을 들게 했다.
    "저것을 잡아라! 우리의 불행은 저 고래 때문이다!"
    나는 놀랐다. 나는 아팠다.그러나 무엇보다 슬펐다.
    나는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고, 아무도 해치지 않았다.
    나는 도망쳤다. 산호숲을 지나고, 깊은 물살을 가르고, 어둠 속으로 숨었다.
    그러나 작살은 멈추지 않았다.
    거친 함성과  날 선 배들이  내 바다를 찢었다.
    나는 알았다.
    세상에는 이유 없이 죄가 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존재만으로 미움받고, 살아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는 운명이 있다는 것을.
     
    나는 숨을 깊이 삼켰다. 
    휘청이는 몸을 일으켜 파도를 따라 마지막 길을 걸었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나를 고래라 부르라. 그러나 기억하라,
    고래는 결코 너희를 해치려 한 적 없었다."
    바다는 나를 품었다. 어머니처럼,
    태초처럼, 모든 상처를 덮고 나를 감쌌다. 
    나는 아무말 없이 울었다.
     
    나는 그 품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바다의 노래가 되었다. 
    나를 고래라 부르라!
  • ?
    에코 15 hours ago

    "The Whale"라는 영화를 무심코 봤었는데, 모비딕과 연결지어서 생각해보니, YC님의 상상력이 대단하시네요. 그 의미가 생생하게 들어왔습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이렇게 재해석해서 창조해 냈군요...저는 개인적으로 모비딕을 볼 때마다, "욥기"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악어를 떠올려거든요.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그냥 그대로 존재하는 질서인거죠.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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