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웰빙
2025.04.23 10:08

영혼이 머무는 자리

profile
조회 수 10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다음 글은 습작으로 한강 작가를 모방하여 시적 산문으로 써 본 글입니다. 산행과 무관한 내용으로 관심이 없는 분들은 과감히 패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칼럼46> 영혼(Soul)이 머무는 자리
 
 
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한 자리에 앉는다.
누군가는 명함 위에 이름을 얹고,
누군가는 직책과 권위, 소유물 위에 자신을 세운다.
혹은 타인의 시선 위에, 오래된 기대 위에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나 우리가 마침내 머물러야 할 자리는
세상의 의자도,
남의 시선도,
과거의 그림자도 아니다.
그곳은 내 영혼이 머무는 자리다.
 
스물 일곱의 12월,
나는 호놀룰루의 어느 허름한 책방에서 운명처럼 한 권의 책과 마주했다.
Gary Zukav(게리 즈커프)의 “The Seat of the Soul”.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잔잔한 파동이 일렁였다. 
오래된 먼지를 조심스레 털어내듯, 침묵 속에서 단단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모든 영혼은 성장을 위해 이 땅에 온다.”
 
우리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두려움을 넘기 위해,
자신과 화해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고.
 
그렇다면, 그대는 지금,
오직 다섯 감각의 얕은 물결에 머무르는 인간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섬세한 떨림까지 감지하는 다감각의 영혼인가.
 
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만져지는 감촉, 스치는 향기, 혀끝의 미각,
그 다섯 창문을 넘어, 아득한 에너지의 흐름까지 꿰뚫고 있는가.
 
그대의 인식은, 간절한 초점은, 삶의 굽이치는 동기는, 궁극적인 목적은,
눈앞의 물질과 덧없는 현상의 그림자를 넘어,
영원히 빛나는 그대의 영혼과 고요히 하나로 합일하고 있는가.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의도(intention)로 그 선택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인격은 욕망에 흔들리고,
영혼은 조용히 묻는다.
지금 그대가 바라는 그것,
그 바라는 이유는 사랑이냐, 두려움이냐.
 
이 작은 물음 하나가 삶을 빛으로 이끌 것인지,
혹은 어둠의 가장자리에 머물게 할지를 결정한다.
 
복잡한 출퇴근길에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타인의 성공에 질투하고
남보다 뒤처질까 불안해하며
정작 내 영혼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를
세상의 의자에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불안,
더 앞서려는 욕심,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 속에
나는 진짜 원하는 삶을 밀어두고 살아왔다.
그대도 그랬는지 모른다.
 
그러나 삶의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변하지 않는 빛으로.
 
우리가 세상의 소음에 휘청거릴 때조차
영혼은 조용히 묻는다.
 
“지금, 네가 뭔가를 원하는 이유가 사랑이냐, 두려움이냐.”
 
게리 즈커프(Garry Zukav)는 또 말한다.
진정한 힘(Authentic Power)은 사랑과 지혜, 평온과 용서에서 온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힘은 언젠가 부서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을 지키고 타인을 존중하며,
사랑과 지혜로 내면을 채우는 자는
조용히 영혼의 자리에 앉게 된다.
 
참으로 요즘은 나를 잃어버린 시대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잃는다.
정보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은 텅 빈 채 살아간다.
 
그러니 우리는 멈춰야 한다.
조용히 생각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그 숨결을 바라보는 일.
숨을 바라본다는 건 나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비로소 
내가 두려워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아주 조용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의 바쁨에서 물러나 진짜 나의 자리에 앉아보자.
그 자리는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하다.
파도는 마음이 일으키지만 영혼의 깊이는 언제나 평화롭다.
 
그리고 그대가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깨어나는 순간,
그대의 영혼은 이미 그 빛으로 당신을 감싸고 있을 것이다.
 
영혼은 빛이다.
그대가 그 빛을 잊을 때마다 고요히 호흡을 지켜보라.
그 빛은 여전히 그대의 중심에 살아 있으니.
 
그러니 다시 묻는다.
그대는 지금 어디에 앉아 있는가?
세상이 만든 자리에 앉아 있는가,
아니면 그대 영혼의 자리에 앉아 있는가?
 
그 물음에 솔직해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 속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가장 깊은 진실인지도 모른다.
 
 
 

seat of the soul.jpg

  • profile
    창공 2025.04.23 10:29
    20대 말 미국행의 첫 해, 호놀룰루의 낡은 책방에서 우연히 게리 즈커프(Gary Zukav)의 "영혼의 자리"를 만났습니다. 대학 시절 그의 "The Dancing Wuli Masters (춤추는 물리학자)"를 통해 양자 물리학의 인문학적 해석을 접했던 터라, 익숙한 이름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죠. 하지만 이번 책은 과학이 아닌 영혼 이야기였습니다.
     
    이상하게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문장 하나하나가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결국 그 책을 샀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내용들이 밑줄 그어진 채 제 곁을 지켰습니다.
     
    근래 문득 그때의 감동이 떠올라 다시 책장을 펼쳤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잔잔한 울림이 깊은 여운을 안고 마음속으로 밀려왔습니다. 한 방향으로 달려왔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책 서문에 새롭게 추가된, 오프라 윈프리(Opra Winfrey)가 자신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책이라 극찬하는 내용도 인상 깊었습니다.
     
    간결한 언어로 깊은 떨림을 주는 책. 이번에 계기가 있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시적 산문으로 정리해 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