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5> 나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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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나르시스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일반인의 경우, 나르시즘의 영향이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제한되는 반면,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그 파급력은 인종 학살이나 국가 붕괴 등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로마 시대의 폭군 네로 황제, 나치즘을 대표하는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소련의 독재자 조셉 스탈린 등이 있습니다. 여성 인물로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자 황제인 무측천,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 등이 거론됩니다.한편, 나르시시스트가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 파괴적인 성향과 동시에 인류사적인 업적을 남긴 경우도 있습니다. 지도자 중에는 로마의 알렉산더 대왕과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가 있고, 예술 분야에서는 파블로 피카소, 과학 분야에서는 니콜라 테슬라와 아이작 뉴턴, 그리고 산업계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역시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 받는데, 그에 대한 최종 평가는 시간이 흐린 뒤 역사가 내리게 되겠죠.한국 역사 속에서도 이러한 인물들을 찾을 수 있는데, 연산군, 흥선대원군 등이 있으며, 여성 인물로는 '조선의 욕망과 암투의 화신녀'였던 장희빈과 '권력농단의 화신녀'이었던 문정왕후(명종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인생은 "그토록 고통스럽고도 가끔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 말의 단초를 제공하는 이들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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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어미로서, 수렴청정으로 권력 농단의 정점을 찍었던 문정왕후를 생각하며 시를 하나 지어봤습니다.
거울 속 욕망— 문정왕후를 생각하며거울 앞에 선다.
비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본다.
시간이 지나면, 거울은 점점 사람의 본모습을 비춘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주름, 욕망의 색깔, 집착의 흔적을.
나는 문득, 조선의 문정왕후를 떠올린다.조선의 왕후였던 그녀는, 왕의 어머니라는 이름을 앞세워 세상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그녀가 들여다본 거울엔 아들도, 조선도 없었다.
오직 자기 자신, 자기 뜻, 자기 권력만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절대적인 진실로 믿었다.
그리고 그 거울을 조선이라는 나라 위에 덮어 씌웠다.문정왕후는 자신의 믿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자신의 종교, 자신의 뜻을 위해, 때로는 법을 꺾고, 때로는 사람을 지웠다.
그리고 끝내, 조선의 정치와 문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나는 그런 문정왕후의 모습을 현대의 거울 속에서도 본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숭배하며,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하는 얼굴들.
자신의 생각이 가장 옳다 믿고,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조종하려는 손길들.
그 손길은 언제나 달콤하지만, 결국 세상을 망치고 만다.삶은 고통스럽고, 때로는 아름답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 위에 쌓은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지우고, 역사는 결국 모든 욕망을 기억한다.나는 묻는다.
“거울 속에 비친 그대 모습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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