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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칼 33> 어쩌면 악한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부제: ‘악’에 대한 두 개의 시선)
 
 
살아가다 보면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한테서 예기치 않게 가혹한 화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배신이든 억울한 누명이든. 이와는 좀 다르지만, 주어진 임무에 너무도 성실한 사람이 예기치 않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 예기치 않게 악의 화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책들이 있다. 
 
하나는 정신과 의사인 스콧 펙(Scott Peck) 박사가 쓴 거짓말의 사람들 (People of the Lie)이라는 책으로서 자칭 악의 심리학 (Psychology of Evil)이라는 관점에서 일상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악인의 심리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른 하나는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 Arendt)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ichmann in Jerusalem)’이라는 책이다. 부제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책은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 전혀 예상치 않게 인류사회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걸 고발한다. 
 
베스트 셀러 ‘많이 가지않는 길 (Road Less Traveled)’로 유명한 스콧 펙 박사는, 수많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짓말의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일상에서 인간 관계를 깨뜨리고 종국에는 주변인들의 삶을 힘들게 하거나 파탄을 불러오게 하는 유형의 사람들을 분석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의 특징은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취약하거나 상처 받은 자아 혹은 경직된 자아를 숨기기 위해 도덕적으로 우월한 자아를 설정해 놓고 독선(self-righteousness)과 오만, 그리고 우월감의 형태로 자신을 포장한다고 한다. 이런 유형에는 인격 장애의 한 형태인 나르시스트(=자기애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며 자기의 윤리적 기준에 맞춰 남들을 쉽게 판단하거나 비판을 일삼는 사람을 포함한다. 때로는 완벽주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타인에게 경직된 생활을 종용하며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비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남을 이간질 하거나 자신의 함이나 잘못을 남에게 뒤집에 씌우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가 필요한 사람은 아첨으로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만 그 필요가 다하면 언제든지 적으로 내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기도 하다. 종종 이런 흑백 논리로 사람을 대하지만 머리가 뛰어나고 조작(manipulation)에 능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사람의 의도를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히틀러 같은 아주 악명높은 역사적 인물도 여기에 속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평범한 사람들 중에 이 범주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류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이 회피성 투사(projection)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의 결함이나 문제를 직면하지 못하고, 대신 그것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본인의 문제를 다른 사람의 문제로 전가하거나 투사하는 습성이다 (한 미국 전대통령을 이런 유형의 사람으로 분류한 책도 있어 흥미롭다, 링크). 크게는 선동을 잘하고, 작게는 무고의 형태로 교묘한 거짓말을 통해 남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워서 법적, 금융적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스콧 펙에 의하면, 이들은 남을 모함하는 거짓이 아주 발달했기 때문에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그 의도와 진실을 감지해 내기가 쉽지 않고 당하는 사람은 혼란 속에 상당한 고통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악의 사람들을 찾아내서 상담 치료를 하려해도 대부분 자기의 결함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치료도 어렵다고 한다. 즉, 자기 객관화가 안 돼 본인 스스로가 악하다는 인식과 성찰이 없기 때문에 치료자의 입장에서 큰 딜레마에 빠진 다는 것이다. 이런 애기가 남의 얘기로 들려 그런가 보구나하고 별신경을 안 쓰던 사람도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직접 접하고 나면 그 곤경을 절감하게 된다.
 
독일 출신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역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부제: 악의 평범성)’은 실제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인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이라는 사람이 나찌 통치 하에서 수백만의 유대인들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정점에 있었다는 걸 파헤친 책이다. 아이히먼은 나찌즘의 창궐하던 시대에 독가스 대량 살인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유대인들의 수송과 수용 시스템을 개발한 인물로서 본인은 국가가 명하는 지시에 너무도 충실하게 잘 따른 올바른 공무원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즉, 정부 지시의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거기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요, 관료의 도리라고 맹신하는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비판적 사고 없이 하나의 거대한 기계의 한 부품처럼 움직이는 부품형 인간이다. 
 
전쟁 후에 전범 재판 과정에서도 일말의 후회를 보이지 않았던 ‘악인' 아이히만이 재판 받는 전 과정을 취재한 아렌트는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거대 악을 범할 수 있는가를 그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가 바로 내 자신일 수도 있고 가까운 직장 동료일 수도 있다. 성경에서 예수가 비판한 바래새인이라는 율법주의자들이 그 전형이 될 수도 있고 충실히 시키는 대로 일 잘 하는 직장인, 혹은 군인이나 경찰 같은 공무원이 아이히먼일 수도 있다. 
 
이 두 책에서 지적하는 악인들은 유형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악은 멀리 있거나 아주 흉악한 악마가 벌이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운 일상에서 아주 평범한 타인이, 혹은 자기 자신이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기 성찰과 자기 객관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본인의 행동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헤아리고 양심에 비춰 그것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본인의 행동이 남을 어떻게 해칠 수 있는지를 가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설사, 조금 알고 있다손치더라도 자아를 보존하려는 욕망이 더 크기 때문에 그 인식을 가려 버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주변에서 이 두 유형이 결합된 사람도 접했었다. 독선적인 나르시스즘과 순응주의자적인 성실한 부품형이 결합됐기에 자기 독선, 자기 정당화, 자기 확신이 너무나 확고해서 개선의 여지가 너무 희박하고 이런 사람이 끼치는 파장과 피해가 너무 크다.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평범한 우리들도 성장 과정에서 얻은 상처나거나 취약한 에고를 가지고 살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 부족한 자아를 여러 경험을 통해 바로잡아 나간다. 하지만 이런 ‘악의 유형'의 사람들은 한번 형성되고 고착회된 에고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보니 교정될 기회를 상실하는 게 아닌가 한다. 이 생채기가 난 자아의 고착화 외에도, 이전 글에서 필자가 자주 지적했던 뇌의 경직화와 도그마적인(=교조적인) 사고, 그리고 절대주의의 신봉도 악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전 글, 링크1, 링크 2). 더 나아가 잘못된 교육 (예, 전체주의적 교육, 혹은 경쟁 기반 교육)도 한 몫을 할 수도 있다 (이전글, "불평등을 사랑하는 나라", 링크).
 
이러한 악에서 벗어나는 종국적인 길은 사랑을 통해 자신에 대한 온전함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스콧 펙 박사는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내 자신도 악을 저지를 수 있는 충분한 소지와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 자기 성찰 그리고 입장 바꿔서 생각할 수 있는 역지사지의 힘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선과 악의 스펙트럼에서 어느 쪽에 더 치우쳐져 있는가? 나의 객관화 수준을 가늠해 볼 때다.
 

 

evil.jpg

 
Title: Perhaps Evil People Are Closer Than You Think
(Subtitle: Two Perspectives on 'Evil')
 

Living our lives, we often encounter situations where unexpectedly harsh treatment comes from seemingly ordinary and normal individuals. Whether it's betrayal or unjust accusations, sometimes the source of cruelty can be quite surprising. Additionally, there are cases where individuals who are overly diligent in their assigned tasks unexpectedly harm many people as a result.

Books have shed light on the fact that seemingly ordinary individuals can unexpectedly become agents of evil. One such book is "People of the Lie" by Scott Peck, a psychiatrist, which explores the psychological issues of evil individuals encountered in everyday life from the perspective of self-proclaimed evil psychology. Another is Hanna Arendt's "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 better known under the subtitle "Banality of Evil," which exposes how ordinary people, so seemingly inconspicuous, can cause great harm to society.

Dr. Scott Peck, also the author of the bestselling book "The Road Less Traveled," analyzes individuals who disrupt human relationships in everyday life and ultimately make the lives of those around them difficult or even bring them to ruin in his book "People of the Lie." Such individuals tend to hide their vulnerable or wounded egos formed during their developmental stages by setting up morally superior egos, cloaking themselves in self-righteousness, arrogance, and a sense of superiority. They often take on the guise of narcissists, judging or criticizing others based on their own ethical standards, and sometimes ridicule those who do not conform. They may even resort to manipulation and blame-shifting to protect themselves or to portray their flaws or wrongdoings onto others.

A common tactic that such individuals use is projection, which deflects one's own flaws onto others or blaming them for personal issues. This behavior, noted by Scott Peck, can cause significant distress to those affected, as detecting their intentions and truths isn't easy. Additionally, treating these individuals is often ineffective as they rarely acknowledge their own flaws, highlighting a dilemma in their lack of self-awareness.

Eichmann in Jerusalem, written by German philosopher Hannah Arendt, exposes the actions of Adolf Eichmann, a real historical figure, who was at the pinnacle of the Holocaust, responsible for the mass murder of millions of Jews under Nazi rule. Eichmann, as portrayed in the book, was simply a faithful bureaucrat who believed that faithfully following government directives, regardless of their purpose, was a sign of loyalty to the state and the duty of a bureaucrat. He functioned like a mere cog in a giant machine, devoid of any ethical consciousness or critical thinking, executing tasks as instructed without any consideration of the consequences. Stories like this may seem like someone else's problem, so people might just think, "Oh, it must be like that," and brush it off. However, when they directly encounter such people in their surroundings, they come to fully realize the hardship involved.

Arendt, who covered Eichmann's trial, where he showed no remorse, vividly demonstrates how ordinary people can unknowingly commit great evils. Looking around, one might realize that such individuals could be oneself or close colleagues at work. They could be conscientious professionals, obediently carrying out their duties, or even public officials such as soldiers or police officers.

These books highlight different types of evildoers but share commonalities. Firstly, evil isn't necessarily perpetrated by distant or inherently sinister deomon, but can emerge from ordinary individuals in everyday life, including oneself, often unknowingly causing harm to others. Secondly, both types of individuals lack self-reflection and self-awareness, unable to gauge the origins of their behavior or understand how it may negatively impact others. Personally, I've recently encountered an individual embodying a combination of these types – a dangerous mix of self-righteous narcissism and obedient conformity – resulting in significant irreparable repercussions and damages.

While everyone carries wounds and vulnerabilities, those trapped in the clutches of an entrenched ego may lose opportunities for growth and correction. Beyond this egoic entrenchment, societal factors like rigid thinking and dogma, as well as the idolization of absolutism, can contribute to evil.

Ultimately, Scott Peck suggests that the path to overcoming evil lies in reclaiming integrity through love, yet a more practical solution involves cultivating self-awareness, introspection, and empathy.

It's time to assess where one stands on the spectrum of good and evil and measure one's level of self-awareness.


(Tranlsated by ChatGPT 3.5)

 

  • profile
    창공 2024.04.29 19:21
     
    1. 거짓말의 사람들 (People of the Lie) by Scott Peck (1998)은 20여년 쯤에 인상깊게 읽었던 책인데, 최근에 겪은 경험으로 오늘날에도 유효한 안목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되어 오랜만에 소환해 봤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자기애적인 나르시즘 혹은 혹은 우월성의 탈을 쓰고 자기 문제의 회피 혹은 자기 보호를 위해 어떻게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을 주는 내용입니다.
     

     

     

    2.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 by Anna Arendt (2006)

    이책은 각종 담론, 방송, 팟캐스트, 유툽 방송 등에서 자주 인용되어 지금은 웬만한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 체제의 순응형 인간이 자기에 부여된 임무의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그 임무자체에만 매몰돼서 성실히 수행하다가 결과적으로는 많은 다수에게 해를 끼치는 거악을 저지르게 됐다는 실제 이야기입니다.

     

     

  • profile
    창공 2024.04.29 19:32

     

    The Face of Evil (악의 얼굴),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The Adolf Eichmann Trial - Justice in Jerusalem | Free Documentary History
     

     

  • profile
    창공 2024.04.29 21:32
    개인적으로 사람을 기독교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임상 경험을 통해 밝힌 '은밀한 악의 행위'에 대한 스콧 펙 박사의 분석에는 공감이 많이 갑니다. 실질적으로는 누구나가 자기 성찰이 약할 때 악의 행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에게 누구나 있는 선과 악의 요소들을 연속체의 스펙트럼으로 놓고 보는 안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인격 장애자들 외에 인정 욕구에 대한 과도한 요구를 표출하는, 소위 관심종자 (=관종)들도 접하게 됩니다. 이들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피하지 못하는 상황인 경우에는 이들에게 1) 일관적인 단호함과 2) 우호적 무관심이 좋은 대처 방법이라고 하네요. 우호적 무관심이란 적대적으로는 대하지 않되 관심을 끊는 것을 말합니다.

     

  • ?
    에코 2024.04.29 23:49

    창공님, 좋은 관점 잘 읽었네요. 특히,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주장은 평상시에도 섬뜻 떠오르게 되는 생각이거든요. 평범한 사람에게도 아무 생각없이 자기 일에만 몰두하다보면, 그럴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창공님이 말한대로, 그럴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나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어떤 철학자가 그러더군요, 그럴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나 태스크의 목적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그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거죠. 도올 김용옥에 대해서 호불호가 많지만, 그가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이 기억이 나네요. 그의 열정은 고착화된 사고에 저항해 나가는 거라고...  

  • profile
    창공 2024.04.30 11:04

    끊임없이 태스크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제 글의 취지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하는 일이 뭐가 됐든, 공익을 위한 일인가 아니면, 소수나 개인의 욕망 충족 혹은 불순한 이권을 위한 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양심이 먹구름으로 살짝 가려지거나 맹신으로 눈앞이 가려졌을 때 이에 둔감해져 버리는 게 또 인간의 취약성인 것 같습니다. 몸의 온전함 > 정신의 온전함 > 영혼의 온전함으로 이어가는 것도 하나의 메카니즘일 텐데요,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부단한 움직임 속에서 몸과 마음의 온전한 작동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