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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18:46

12/23/16 산행느낌 (환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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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ayalpineclub.net/trail_log/519989 조회 수 122405 추천 수 0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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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도 없는 많은 생일을 지낸 나이입니다.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설렘의 나이도 있었는데 

이젠 생일이 또 다가오는것이 영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부모가 되니 이젠 장성한 아이들이 원하는걸 하게 하는게 

부모맘인걸 알았습니다.  맘같아선 주중산행을 하고 

조용히 집에서 있고 싶은데 엄마의 생일을 또래 친구들 

이벤트식 생일 챙겨주듯 준비하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목요일 오후에 애들 눈치보느라 산행공지도 못하는터에 

헛웃음 나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엄마, 오전에는 당근 산행갈꺼지?" 

처음엔 산행을 간다면 다리라도 부러지는 줄  호들갑을 떨며 만류하던 

애들이 이젠 당연히 엄마산행 fever를 받아들이는걸 보니 지난 일년 

꾸준이도 자연에 빠져 산것 같습니다.  


서둘러 올린 산행을 결정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새크라멘토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시간별 일기예보에도 여지없이 

많은 양의 비를 예보하고 있어서 부득이 산행지를 바꾸어 땅이 

질척이지 않을 아스팔트길의 트레일로 바꾸고 길을 나섭니다.  

포톨라 산행이후론 에베레스트도 올라갈것같은 용기가 났었는데 

내리는 비를 보니 오늘 산행은 무모한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산행을 시작할 무렵엔 비가 잦아들더니 휴식을 할즈음엔 아예 비가 

그쳤습니다.  그리곤 백팩에선 케잌이 나오고 미미님은 미역국까지 

준비해오셔서 제 생애 가장 인상깊을 생일상을 받았습니다.  비온후라

나무향기며 공기가 넘 맑은곳에서 버너에서 끓고 있는 생일 국은 

굴뚝에서 연기나듯 하늘로 올랐습니다.  


호숫가 건너편에 지나가던 연세 지긋하신 여성 분이 우리쪽을 

쳐다보는걸 인지하면서  케잌에 촛불도 끄고 정성스레 준비하신 

이른 점심상을 받았습니다.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아도 이보다 

더 감동스럽지 않았을 순간을 맛보는 찰나에 두명의 Park Ranger가 

불피운다고(장작을 떼는 줄 아신듯...)  신고를 받고 나타나시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그리곤 '어떤사람들은 누가 즐기는 꼴을 못본다니까...' 하시면서 

제게 생일축하한다고 하고는 자리를 뜨셨습니다.  


트레일에서 생일상을 받고 레인저에게 축하를 받는 오늘은 아마도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특이한 이벤트로 남을 듯 합니다.  

Ageism이란 부정적 편견이 있는 세대를 살아갑니다.  젊음이 

동경의 대상이 되어 나이를 더한다는게 서럽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 나이 든 지금이 젊었을 적 자신보다 더 좋습니다.  


빠르고 불같았던 성격보다 지금의 느리고 신중함이 좋고 

자신감 충만했던 때보단 부족함이 너무 많아 늘 열등감에 시달리는 

현재가 더 좋습니다.  청바지 무릎나오는게 싫어서 하루에도 

서너번 갈아입던 까탈스럼에서 어제 입은 옷을 오늘도 입을 수 있는

무덤덤한 지금이 좋습니다.  서로를 챙기고 배려해 주시는 분들덕에 

오늘 참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찬 공기가 오히려 훈훈하게 느끼게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KakaoTalk_20161223_173425722.jpg


b day-1.jpg



  • profile
    호랑이 2016.12.23 19:38
    소라님 환갑 생신 축하드립니다. ㅎㅎ
  • profile
    아리송 2016.12.23 19:56
    와! 사진상으로[도] 소라님 많이 날씬해보임.
    저보다는 몇달 젊으심. 부디부디 보약같은 산행 마니마니 하시고 만수무강 하세여.
  • profile
    소라 2016.12.23 20:06
    감사합니다.
    훌륭하신 분들은요...
    모두 ~은, 는, 이, 가, 라는 조사를 잘 쓰신 분들이라 생각해요.
    사진상으로 [는] 이케 써주심 좋았을껄. Tax 도 안드는데...
  • profile
    아리송 2016.12.23 20:40
    고쳤어여 ㅋㅋㅋ
  • ?
    연꽃 2016.12.23 20:02
    소라님 해피생일 아쉽다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ㅠㅠ 따따따블로 생일축하해요
  • profile
    소라 2016.12.23 20:08
    한개도 안 아쉬워하시는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데...
    즐거운 여행하시고 곧 산행에서 뵈요
  • ?
    청자 2016.12.23 20:42
    날씨마저도 소라님 생일을 축하하는듯....때마침 식사시간엔 비가 완전히 그쳐 너무나 편안하게 식사할수 있었습니다.
    소라님이 준비해오신 깔끔하고도 맛있고 예쁜 김밥과 함께 보온병에 담아 오신 따뜻하고 시원한 콩나믈국,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져니미미님이 준비해오신 정성어린 생일 미역국과 함께 깜작 준비해 오신 생일케잌까지....감동이였고 충분히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소라님 생일잔치였습니다
    산타는 내내 재밌었고 행복했습니다.
    우리 내일은 또 어떤 산을 타고 어떤 감흥을 느낄까요, 기대됩니다
    함께 하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profile
    옐로스톤 2016.12.23 21:58
    소라님 생일 축하해요...
    여전히 파릇파릇 새싹같은 소라님이네요.
    홧팅!
  • profile
    소라 2016.12.24 16:28
    역시 엉뚱매력이 있으시네요.
    "파릇 새싹" 올해들어 본 단어중
    젤로 맘에 들어요. 오늘 주님과의 만남은 어떠셨나요?
    후기 기대할께요.
  • profile
    보해 2016.12.23 23:53
    인생이란 베푼만큼 돌려받는겁니다.
    아니 돌려받지않더라도 기억되어집니다.
    제짐작으로는 충분히 감동받을만큼 본인도 모르게 베풀어셨겠죠..
    또한 저니, 미미님 그만큼 기억하고 챙기시는마음또한 아름다운 베푸시는마음이겠죠.
    참 보기가 좋네요.
    소라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 드립니다.
  • profile
    소라 2016.12.24 16:21
    보해님 감사합니다.
    다리는 좀 어떠신지요?
    늘 베푸는것보다 받는게 큽니다.
    곧 산행에서 뵙게되길 바래요.
  • ?
    피스메이커 2016.12.24 06:11
    산중에서 받은 환갑상,정말 의미있고 감동적이었겠습니다.이번주 법륜스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초등학생 땐 중학생 부러워 하고 중학생 땐 고등학생 부러워 하고, 고딩땐 연애하는 대학생 부러워 하고 대학 땐 신혼살림 꿈꾸고...그러다 60이 되면 초딩 때가 그립고, 공부 하느라 힘들었던 고딩 때가 그립고, 아옹다옹 살던 신혼 때가 생각나고... 인간들이 대부분 이렇게 뒤비져 산다고. 아름다운 중년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사는 소라님 아름답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profile
    소라 2016.12.24 16:19
    보고싶은 피스메이커님 감사합니다.
    자주 생각합니다. 곧 움직이셔야죠.
  • profile
    크리스탈 2016.12.24 09:53
    소라님~~
    아주 귀하고 특별한 경험을 하셨네요.
    저도 너무 가고 싶었지만 할일이 있어서 못갔습니다. ㅠㅠ
    소라님 생일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소라님과의 의미있고 유쾌한 산행
    계속 오래오래 하고싶어요~~
  • profile
    소라 2016.12.24 16:25
    재주가 많은 수정님은 연말이 되면 당연 바쁘시겠다 생각했어요.
    산소같은 활력소 역할 계속 기대할께요. 몸도 아껴가며 살살 써요
    곧 봐요.
  • ?
    길벗 2016.12.25 11:06
    비오는 날 산행 후 야외에서의 생일 상, 거의 ㅁㅊ 사람들이 아니면 상상하지도 못할 감동이었겠습니다. 축하드리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 같은 내일 맞으시길...
  • ?
    샛별 2016.12.28 14:00
    이런 즐건 일이 있으셨군요~^^

    얼핏보고 추워서 촛불에 손데우는줄 알았네요~ㅎㅎ
    늦게나마 생일 추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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