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정기
2013.10.13 14:30

마구간 산행 ( Wunderlich CP )

https://www.bayalpineclub.net/trail_log/300323 조회 수 5015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을 만끽하면서 희망을 기대하는 미래와 과거를 만들어가는 하루였습니다.
그동안 행복했던 순간만을 기억하며 슬펐던 일들은 잊어버리자고 이른 아침에 모였습니다. 아니 오늘 아침의 차가운 날씨가 흰님의 온기를 더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을 예측 할수없는 삶 속에서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점점 더 버거워지는 생활을 알기에 흰님과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은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공지사항을 보고 일찍 모인 열다섯 분의 산행입니다. 처음으로 뵌 느혜미안님과 거목님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색다른 닉네임은 오랫동안 기억하기 쉬울듯하며 두 분께 잘 어울립니다. 오늘은 특히 내가 예뻐하는 히포님이 악어님과 같이 나왔습니다. 아직은 흰님중에 막내로서 청초한 젊음이 부럽기도 하며 몸과 마음이 젊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큰 자산이라 생각됩니다. 봉우리에 앉아있던 산새님도 맞이 하게 됩니다. 서울로 잠시 떠나가신 봉우리님의 대한 마음은 사랑보다 더 높은 부부애를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은 벽송님이 안내해 주시고 베어님이 뒤에서 보살펴 주시는 마구간 산행입니다. 완만한 산을 오르는 십 마일 정도의 산행길은 무덥지 않은 가을의 청취를 느끼기에 기분이 산뜻합니다.  가을의 길목에서는 그저 묵묵히 걸어가도 좋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은 하루가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푸른 잎은 천천히 붉게 물들어가며, 떨어지는 낙옆이 쌓이는 것은 가을만이 느낄 수 있는 풍경입니다. 만약 주위에 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면, 몇 시간이라도 머무르고 싶은 기분입니다.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이름이라 합니다. 신이 인간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연습으로 이색 저색으로 만든 꽃이라고도 합니다. 오늘의 십 마일 정도의 산행을 흰님들은 그리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벽송님과 베어님의 배려로 자주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쉬는 시간이면 준비해 오신 간식으로 에너지를 더 해 줍니다. 요즈음은 벽송님의 유명한 땅콩 카라멜과 언제부터인가 팬더님의 베이비 토마토가 단골로 등장합니다. 두 개의 토마토를 집어들면 항상 more more! 하고 외치는 팬더님은 우리와 함께 녹아든 베이산악회에 자랑스러운 가족입니다.
 

허기를 느끼며 점심시간이 닦아옵니다. 넓고 편안한 장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편안하게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란 얼마나 좋은가! 언제 만나도 즐겁게 밥을 먹을수 있는 그리운 흰님들...  식후에 하산길에는 산의 기를 받으러 호반님이 점지해 놓은 곳으로 출발합니다. 주로 내리막길과 푹신푹신 밟히는 산길을 돌아 갑니다. 기를 담뿍 머금은 쭉쭉 뻗은 나무에 다다라서 위를 쳐다봅니다. 산의 정기를 듬뿍 받아가며 베어님의 특별한 제안으로 히포님의 구색 갖춘 여러 맛의 커피를 넣고 끓인 향기를 맡으며 가을의 커피를 맞이합니다. 그 위에 항상 흰님의 웃음을 안기는 자연님의 독특한 노랫가락에 떠나갈듯한 웃음이 산이 기절할 수도 있었습니다. 더 머무르고 싶은 곳도 언젠가는 가야 하듯이 즐거운 시간을 과거로 하고 미래를 향하여 떠납니다.
 

많이 내려왔을 즈음엔, 각자 말을 탄 부녀를 보았다. 왠지 고급스럽게 보이는 특별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말' 이 온다고 외쳤을 때 그는 '마' (한문으로 표현 해야 되는데 입력이 안되서 미안합니다)로 이해를 하고 중국인이냐고 물어 보았으며 오늘은 '마' 와 '말'을 확실히 배워 두 나라의 말(?)을 배워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부유하게 보이면서도, 지식만이 아닌 교양이 특출한 사람을 대하게 되면 내가 왜소해지는 것은 왜 그럴까! 아마도 내가 객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부, 지위, 백인, 교양, 말을 타며 가족과의 유유자적의 생활, 이런 것이 어우러진 고급생활을 동경하는 사대주의의 발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로 인해 여러 생각을 하며 내려가니 어느덧 주차장이 보인다. 벌써 오늘의 과거는 흰님들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냈다는 자부심에 뿌듯해진다.


찹쌀떡에 더 해 모과 젤리로 특별한 맛을 주신 모찌롱님, 이른 아침 따듯한 차로 훈훈함을 전해주신 아리송님 그리고 모든 흰님과 함께한 산행 고마웠습니다. 안녕~~~~~~~~        

  • profile
    아리송 2013.10.13 18:14
    따끈한 대추차/커피가 오고간 정겨운 산행 이었습니다. 
  • ?
    아싸 2013.10.13 23:28

    무심님의 후기에는 하나하나에 제목이 따로따로 붙어 있는것이 참~~~~~ 좋아요.

    내용은 말할것도 없구요. 정성스런 후기에 더없이 감사드립니다.

  • ?
    벽송 2013.10.14 14:48

    우리 모두가 nickname을 지닌 것처럼,
    산행 장소마다 다른 이름이 부수적으로 따르니,
    더 재미있고, 기억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작명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
    모찌롱 2013.10.14 09:22
    산행시작때 은근히 lake tahoe team 을 부러워했지만
    첩첩이 쌓인가랑잎과 다이아몬드같이 빛나는 잘익은 도토리를 밟으면서
    기어오르던 시샘을 봄눈 녹듯사라져버리고
    이상한 신비한 감이도는곳에서 기 까지 둠북 받고 온 산행 무엇이 더 부러우랴
    함께한 모둔 횐님들 정말 감사 합니다
  • ?
    두루 2013.10.14 18:34
    무심님, 올리신 글을 보면서 재미있었을 마구간 산행도 저도 다녀온 듯합니다.
    한순간 한순간을 더욱 귀중하게 여길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는 권유를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며 받아 갑니다.  산에서 뵙겠읍니다.
  • ?
    musim 2013.10.15 19:50

    두루님,
    그리 많지 않은 흰님들 입니다만, 서로의 사정으로 인해 자주 뵙는 분과의 산행을 주로 하게 되는군요. 두루님 하면 늘 공손히 하는 인사와 너그러운 분으로 기억됩니다. 그동안 서로 다른 산행지와 새끼줄(?)로 인해 자주 못 뵈었군요. 내 역시 많은 흰님들이 궁금하기도 하며, 같이 산행했었던 한순간 한순간을 흐뭇했던 기억으로 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반갑게 인사를 하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편안하세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주중 일반후기/ 정회원 후기 게시판 이용안내 4 보해 369
부정기 6/29 Portola Redwoods SP . 15 sadik 8106
부정기 4/09 (토) 번개 - Sam McDonald County Park 선선하고 맑은 날. 좋은 산행 했습니다.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얼굴이 잘 나온 사진들은 정회원 사진방에 있습니다. 정회원 되셔서 찾아 가시구요. 처음 뵌 분들,... 6 file 본드&걸 8050
부정기 Wilder Ranch 로 함초사냥을 떠나다... (11/27/09) 추수감사절을 보낸 다음날~~심심한 사람들끼리 함초사냥겸 Wilder Ranch 바닷가로 산행을~~~ 사실 전날까지 너무도 피곤하여서...ㅠㅠ 갈수있을지 의문점을 남기... 9 file 산이슬 7136
부정기 후기 8/24 Saratoga Gap 6월말 이취임식 산행 이후에 방학내내 먹고 자고 뒹굴기만 하던 아들녀석 둘을 드디어 오늘 산행에 데리고 나가는 날이다. 산행복장이 빡빡하게 조이는것을 보니 ... 7 아싸 6164
부정기 6월 22일 Huddart 후기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이취임식이 행해지는 huddart park. 비교적 가까운 산행지중에 한곳이다. 그런데 이 자리를 축하해 주시려고 저 멀리 레익타호와 새크라멘... 2 아싸 6085
부정기 (12/30/17, 송년 산행) Marin Headlands - Coastal Trail 1 file 옐로스톤 5821
부정기 4/13일(토요일) 무심님과 디아블로 데이트... 산행중 오늘 같이 많은 대화를 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미국 생활 이제 6년차인 나에게 근 40년 청춘을 다 바치신 무심님의 생활 노하우 많은 것을 배운 산행이었... 13 file 돌... 5713
부정기 10월 10일 Mt. Whitney 후기 2009년 10월 9일, 금요일 네바다, 사나이, 여장부, 생수, 그리고 산제비님이 금요일 오후 1:10정도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평균 35파운드 되는 배낭 6개를 나의 미... 8 file 듀크 5348
부정기 04/30/2011 (토) Garrapata State Park 1 입구에 이런 창고 건물이 있습니다. 2 3 4 이 곳에는 자연스럽게 나무나 징검다리 돌을 사용해서 개울을 건너는 곳이 많았습니다. 5 유실되어 보수중인 구간은 ... 16 file 본드&걸 5210
부정기 Yosemite Dewey Point (2/28/09) 눈산행이라서 내심 들뜬마음으로 요세미티에 도착하니 눈은 별로 없어보이고... 포근한 날씨가 우릴 반긴다^^** 파킹장에서 모두 스노우슈즈를 챙기고 쟈켓도 챙... 14 file 산이슬 5209
부정기 Mt. Tallac (III) 이제 정상이 저만치 보이고... 먼저 올라간 님들 (Johnny Walker 님과 듀크님이 멀리 보이네요) 은 거의 정상에 도착했다. 아무리 정상이 코앞에 있더라도... 이... 6 file mysong 5074
부정기 마구간 산행 ( Wunderlich CP ) 가을을 만끽하면서 희망을 기대하는 미래와 과거를 만들어가는 하루였습니다. 그동안 행복했던 순간만을 기억하며 슬펐던 일들은 잊어버리자고 이른 아침에 모였... 6 musim 5015
부정기 Death Valley (1/13~16) 죽을만큼 아름다운곳이라는 death valley. 28 file 나무꾼 5007
부정기 9월21일 후기 Wrights Lake (Lake Tahoe 지역) 새벽 4시 아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누가 깨워줄 사람도 없고 알람 시계조차 없어서 전날 미리 부탁했던 터다. 1차 집결지인 아싸님댁에 도착했더니 조은님과 ... 34 계수나무 4721
부정기 후기 Oat Hill Mine 사진은 사진방에 후기는 후기방에 짐승클럽, 마른장작, 나쁜사람 등등등 신조어들의 탄생 그 뒤에는 나름대로 함께 땀을 흘렸던 그 순간의 정서들이 묻어있다. 나... 6 아싸 46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