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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토) 미친 산행 - Mt. Silliman (우인산)

by 창공 posted Nov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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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토), 베이 산악회에서는 최초로 감행해봤던 오프 트레일과 클래스 4등급 격인 어리석운자의 산, Silliman(우인산) 산으로의 "미친" 산행 후기입니다. 

 

일자: 11월 11일(토)

산행지: Mt. Silliman (Sequoia NP)

산행 거리: 11마일 (Elevation Gain: 4000 feet)

산행 리더: 파랑새 & 하이시에라

참가자: 파랑새, 하이시에라, 이프로, 창공

 

산행 거리가 10여마일이라 전날 한 Alta Peak 산행보다는 쉽겠지하면서 따라 나선 산행이었는데, 짧다고 얕본 게 크나큰 오산일줄이야~ 거리는 알타픽보다 짧지만 고도 상승(Elevation Gain)이 Alta Peak하고 똑 같은 4천 피트 답게, 산을 본격적으로 오르는 마지막 2마일 코스는 그야말로 써바일벌 게임을 연상케 하는, 글자그대로 “똥줄”이 다 타는 난코스였습니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데 어스름이 다 돼서야 트레일 헤드로 내려올 수 있을 정도로 힘겹지만 그래도 스릴이 넘치는 산행이었습니다.

 

참가자 4명 모두가 처음으로 가 볼 뿐만 아니라, 베산에서조차도 아무도 해 본 적이 없는 산행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아침 7시40분 경, 전날 밤 차박을 한 Lodgepole Campground에 있는 Mt. Silliman Trailhead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평이한 2마일 구간에는 나무가 많은 아름다운 산길을 따라 평화롭게 나아갔는데, 그 후로는 갑자기 오프 트레일로 바뀌면서 길을 찾으면서 가야하는 거친 산길이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씰리먼 산 중턱까지는 계속 계곡을 따라 흐르는 크릭을 따라서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길을 찾기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주로 숲과 덤불을 헤치면서 2마일을 전진해 나가는 코스였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씰리먼 산 중턱부분부터는 갑자가 산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있었고, 주로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였는데, 곳곳에 눈이 쌓이고 얼려 있어서 트레일 맵과 다른 코스를 현장에서 새롭게 찾아가면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행여 잘못 방향을 잡고 올라가다가 중간에 오도가도 못하게 고립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상황이었는데, 중간 중간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결정해야 돼서 한 동안 서로들 의견을 나누면서 경사가 심하고 얼린 바위를 피해 위로 바위타듯 하면서 전진해 올라갔습니다. 이 상황에서 파랑새님의 숙련된 리드가 빛을 발휘했습니다. 파랑새님의 지형에 대한 명석한 판단을 통해 우리를 인도하여 아슬아슬한 바위 타기와 거친 암석 투성이의 길들을 때로는 기어서, 때로는 점프를 해가면서,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정상 바로 밑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중턱뿌터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려 마지막 1마일 남겨놓은 정상은 포기하고 씰리먼 호수(Silliman Lake) 바로 위에서 점심을 하고 하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산하는 길은 올라오는 길보다 더 위험할 수 있어서 올라온 길과는 다른 쪽으로 방향잡고 미끈한 바위보다는 주로 깨신 바위가 많은 오른쪽 싸이드쪽을 위주로 내려왔는데, 일부 구간은 그야말로 직각의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레펠링 수준의 미끄럼 타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잘못하여 발이 걸려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순간에는 그야말로 수 마일의 낭떨어지로 굴러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잘 걷는 하이시에라님이 오르고 내려가는 길에 다리가 풀린 모습은 처음 볼 정도였습니다. 

 

우여곡절로 다 내려왔을 때 그 안도감이란! 와~ 생존의 경험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지만 눈 때문에 도전이 컸었던 것이었기에 여름에 오면 좀 더 익사이팅하고 재미가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내년 여름을 기약해 보기로 했습니다. 

 

탈진한 상태에서 하산하고 밤 중에 집까지 5시간을 운전하고 오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기진맥진으로 집중이 안 돼서 운전하면서 눈을 연신 깜빡거리면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고 손에는 식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답니다. 다행히 사고 없어 집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에 감사를 크게 올렸습니다. 

일단, 이 산을 이렇게 뚫었으니 다음 여름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는데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같이 생사고락을 해 주신, 파랑새, 하이시에라, 이프로,  3명의 동지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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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부터 산행지도에 없는 길로 가야 해서 답이 보이지 않는 눈 쌓인 가파른 길 (위만 쳐다보며 어떻게 올라가나하고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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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길을 개척하면서 올라가 보기로, 결의에 찬 얼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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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서로 이쪽, 저쪽으로 가르키면서 의논하면서 올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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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운 중간 바위길을 피해서 잡목들이 나 있는 쪽으로 가면 좀 더 안전하겠지하고 우측 잡목이 나있는 지대를 택해 올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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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겨우 반 쯤 올라갔을 때, 중간 지대에서 만난 폭포, 폭포물이 다 얼어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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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폭포 앞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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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앞, 밑으로 흐르는 연못 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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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는 안 보이지만 더 뒤쪽으로는 천길 낭떨어지입니다. (이 눈위에 찍힌 발작국은 찍사가 남긴 것으로, 그 사이에 이 산길을 아무도 안 지나갔다는 걸 말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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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떠나는 데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왼쪽으로 붙어서 쪼개진 바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등산을 시도해봅니다. (아무래도 이쪽이 덜 미끄러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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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밑으로 굴러 떨어지만 천길 낭떨이지입니다. 물이 얼려 있어서 쳐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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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깨진 바위들이 있는 곳은 미끄러운 바위 길보다 좀 더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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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깨진 바위들을 넘고 넘으면서 올라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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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근데, 결과적으로 이게 실수였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죠. 길이 더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게속 왼쪽을 유지해서 갔으면 한 시간은 절약했을텐데, 오른쪽으로 트는 바람에 길을 찾느라 시간을 많이 써서 정상을 오르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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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운 바위를 뚤고 지다가다가 힘에 겨워 잠시 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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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Silliman 호수까지 다다릅니다. (오른쪽에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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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70도의 경사진, 미끈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파랑새님의 모습을 보세요. 그냥 보기만 해도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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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를 타고 오른 다음에 저기 정상이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벌써 1시 20분. 빨리 점심을 먹고 하산하지 않으면 날이 저물이 산 속에 갇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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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상 바로 밑 (실리먼 호수 윗 부분)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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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에서 점심을 하는 동지들 (갈매기 샷). 저 위로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인데 너무 아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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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시에라님이 에너지가 다 해서 단백질이 필요해 보입니다. 거의 기진맥진해서 올라오셨는데 점심도 라면이라뇨~ 안 돼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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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점심 먹는 곳 바로 밑의 실리먼 호수 (갈매기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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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에, 하산 길입니다. 이번에는 올라온 방향과 반대 사이드 (오른쪽)으로 내려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능한 미끈한 바위들을 피해야 하니까 깨진 암석이 있는 쪽으로 선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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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내려오다 보니 경사진 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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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바위의 각도를 보십시오. 잘못하면 미끄러져 구르기 십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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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급히 경사진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아이구나, 내려가는 길이 올라가는 길 보다 두배는 더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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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겪다보니 이정도 경사는 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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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사진 바위길을 물 맞은 물고기 마냥 즐기시는 파량새님의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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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엉거주춤하면서 내려오는데, 뒷목이 땡기고, 오금이 다 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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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순간이 다시 오랴, 폼을 잡고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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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오른쪽에 물이 얼린 곳을 피해서 내려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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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하산 성공.. 왼쪽에 하이 시에라님이 기진맥진한 모습이 보입니다. 와~ 살아 내려 왔어!!!! 환희의 함성도 질러 봅니다. 다시 내년 여름에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