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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칼 18> 스페셜 인터뷰: 꼰대이면서 꼰대가 아닌 그대

by 창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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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칼 18> 스페셜 인터뷰: 꼰대이면서 꼰대가 아닌 그대

<부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관점에서

 

반복되는 꼰대 이야기에 식상함을 느낀 한 여자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호기심녀: 최근들어, 꼰대라는 주제로 여러 버전의 글을 반복해서 올리셨는데, 이게 자꾸 듣다보니까 식상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는데, 이 문제에 꽂히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창 꼰대: 먼저 식상함을 드렸다면 사과를 드립니다. 살다 보니 어쩌다 이 문제에 천착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소명의식 같은 것도 생겨났었고요. 솔직히, 꽤 오래 전, 그러니까 한 30여년 전부터 인간을 이해하는데 이 주제만큼 절박한 게 없다는 깨우침도 있었지요. 

 

호기심녀: 아니, 그럼 20대부터 이 문제를 갖고 고민하셨다는 말씀인가요? 

창 꼰대: 아, 말하자면요. 그 당시 제가 어떤 연유로 명상을 배우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동일시(同一視, identification)라는 개념을 알게 됐지요. (참고로, 여기서 동일시라는 것은 나한테 딱지가 붙은 이름, 출신지역, 출신학교, 사회적지위 등을 비롯하여, 자기가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성향 등등이 나라고 착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후로, 경직화된 사고의 핵심 기제로서 ‘동일시'를 오랫동안 생각해오게 됐죠. 

호기심녀: 명상, 동일시, 사고의 경직화라…  흥미있는 연결 고리네요. 그런데, 20대부터 삶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셨나 봅니다. 무슨 계기라도 있었나요?

창 꼰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십대 말 쯤에 큰 도전과 시련을 겪은 후에 ‘내가 잘 났다고 착각하면서 (=”동일시하면서”) 살아오던’ 나라는 에고(ego)가 모두가 가짜이고 허망하다는 걸 한꺼번에 알아 버리고 말았죠. 그 후로 살아오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내 아버지와 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 형제, 사촌, 동창생들, 심지어 학교 은사 선생님들, 그리고 직장 동료 중에서도 꼰대들이 엄청 많다는 걸 깨달았죠. 즉, 세상이 온통 꼰대 투성이었다고나 할까요. 

 

호기심녀: 근데,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꼰대라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창 꼰대: ‘꼰대’는 편의상 빌려온 단어에 불과하고요. 그냥, 확고한 자기 생각이나 신념에 온통 빠져 사는 사람을 가르킨다고 보시면 됩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자기가 배워서 익숙해진 시각이나 관점에 완전히 함몰돼서 (=즉, 동일시 속에서) 그 인식의 틀 외의 다른 가능성은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요. 가장 비근한 예로 관습, 신념, 종교, 이념 등등의 이름으로 경직된 사고의 틀 안에 갇히는 경우가 대표적이고요, 이런 걸 떠나서도 스스로의 신념에 갇히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예를 들어, 돌아가신 제 아버님을 생각하면 유교적 관습과 사고방식에 완전히 갇혀서 그 인식틀 안에서만, 한 평생을 사시다 가셨죠. 성경적으로 보면, 예수님이 비판했던 바리새인이 또 다른 한 극단의 예가 될 것이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그게 대부분 사람들의 실상일 수도 있고요.

본인은 너무도 열심히, 굳건하게 잘 사는지 몰라도 스스로 경직된 틀을 만들어서 자신을 거기에 가두고 살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저부터도 일찍부터 꼰대 중의 꼰대였지만, 단지 계기가 있어서 일찌기 철저하게 깨져보고 고집스런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즉, “탈동일시”가) 조금 열렸던 게 아닌가 하고요. 

 

호기심녀: 아, 그럼, 선생님은 현재 꼰대라는 것을 아는 “열린” 꼰대라는 말씀이군요. 즉, 메타인지가 발달한 꼰대다, 이렇게 말을 해도 될까요? 

창 꼰대: 그럴 듯한 표현이군요. 그 말씀하시니까, 혹, 반야심경의 핵심 메세지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것은 들어보셨죠? ‘형체가 있는 것은 없기도 하고 텅비어 있는 것이 형체가 있기도 하다’라는 뒤숭숭한 말인데. 이걸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보면 내가 ‘탈동일시'를 해서(= 자기 객관화해서) 내 고정적 관점이나 생각이 내가 아님을 깨달아 거기에서  자유자재로 빠져나올 수 있다면 나의 사고가 유연질 수 있기 때문에, 꼰대이면서 꼰대가 아니다라고 할 수가 있는 셈이죠. 내가 꼰대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어쩔 수 없는 그 꼰대를 늘 인식하며 열린 마음으로 산다면 덜 꼰대적으로 산다는 뜻도 됩니다. 

호기심녀: 아, 오래된 경전의 메시지에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그러니 선생님이야 말로, 자기의 관념을 대상화해서 객관적으로 쳐다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뛰어난 꼰대라는 제 말이 맞는 셈이군요. 

창 꼰대: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뇌의 구조 상 꼰대가 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실생활에서 자기 최면에 빠지거나 세뇌 당하는 것이 빈번한 것이 그 증거고요, 그것은 진화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합리화 과정을 통해 인류가 생존 가능성을 높여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즉, 꼰대가 됨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이는 장점도 없지 않었던 건데, 문명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서는 생존적 기능보다는 역기능과 부작용 쪽으로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인류가 이렇게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저는 뇌의 두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뇌에는 두려움과 불안 심리를 관장하는 편도체라는 것하고 또 하나는 자기 합리화를 잘 하는 전두엽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꼰대화는 이 둘의 합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이 둘은 상보 관계로서 편도체가 큰 사람일수록 두려움에 민감하고 또 두려움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로 전두엽이 자기 방어기제를 발휘해서 자기 합리화를 많이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불안 심리가 클수록 자기 방어가 커지면서 자기 합리화를 많이 하게 되고, 그 가운데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관이나 인식틀 안에서만 세상을 이해하고 안주하려는 성향이 생겨난다는 거죠. 여기에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 등이 가세하게 되면 사고의 고착화가 크게 강화돼서 엄청난 동일시가 일어나죠. 그 신념을 목숨처럼 지키고 살아가면서 자기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요하거나 심으려고 하는 일까지 생겨나기도 하고요. 

 

호기심녀: 아, 뇌과학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니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꼰대는 진화적으로 생존과 관련된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꼰대가 됨으로써 역기능과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이 함정에 너무 깊숙히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인 것이죠?

창 꼰대: 네. 바로 그렇습니다. 정신의 꼰대화는 나이에 상관없이 두루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경향적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안정에 대한 희구가 커지면서 자기 세계관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같이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불안심리를 덮기 위해 자기 합리화가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이는 자기 고집과 아집의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어가면 굳건한 자기세계가 구축이 되어 유연하지 못한 굳은 생각 속에서 살 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이런 걸 두고 다른 말로, 보수화된다고도 하죠). 더 나아가, 뇌생리학적으로는 뇌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서 쪼그라들기 시작하는 것도 깊은 관련이 있고요. 이 이유로, 꼰대라는 말보다는 뇌가 쪼그라든다는 뜻에서 ‘쫀대'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기도 하나 이 표현은 제가 만들어 낸 말로서 생소하기 때문에 대신 잘 알려진 ‘꼰대’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호기심녀: 그러면 마지막으로, 우리가 처한 실존의 현실이 그러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창 꼰대: 이미 앞 글에서 여러 방책을 많이 제시했으니 거기로 가서 봐 주시고요 (꼰대글 1; 꼰대글 2; 꼰대글 3(초인); 꼰대글 4(야성); 꼰대글 5(종교 도그마)). 앞에서 말하지 못한 것 하나만 딱 하나 더 보탠다면, 명상을 권합니다. 명상을 자주 하면 두려움을 관장하는 편도체를 안정화시켜서 두려움을 줄여서 자기합리화의 필요성을 줄여주며, (메타인지적) 자기 객관화를 진작시키는 전전두엽 기능도 강화시켜 줍니다. 이를 통해 뇌는 말랑말랑해지면서 유연한 사고를 하게 되고요. 명상은 앞에서 지적한 동일시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이런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아주 많이 나와있지만 한국의 최고 전문가이신 이 학자 분의 설명을 참고하십시오(링크). 제가 앞 글에서 설명한 몰입(링크)도 뇌의 직관을 활성화시켜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은 뇌를 활성화시켜 뇌의 수축을 늦춰주는 강력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 외에 새로운 체험을 자주 해서 뇌를 각성화시켜 주는 것, 새로운 주제에 대한 독서와 공부 등은 뇌의 가소성(Brain Plasticity)을 작동시키는 좋은 방법이고요. 마지막으로 글쓰기 같은 창작활동도 몰입을 통해 뇌를 젊어지게 하는 좋은 효과가 있으니 강추합니다. 

호기심녀: 오늘 인터뷰로 그간 여러 글에서 말씀하신 내용들이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반복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워낙 중요한 주제이다 보니 오히려 이런 반복이 중요한 핵심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이로써 꼰대라는 주제에 대한 저의 식상함과 짜증도 내려놓게 됩니다. 선생님,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꼰대에서 자유로운 삶을 오래 오래 간직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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