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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칼 12> 나도 꼰대라고?

by 창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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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칼 12> 나도 꼰대라고? (1부)
 
 
 
마을에서 회의가 열렸다. 회의 진행자인 마을 이장이 말했다. 
 
“요즘 들어 유독 꼰대들에 대한 야그들이 많은데 이게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닌 바, 오늘은 회의 주제로 꼰대가 무엇인지를 규명을 해 보고 대책을 세워봅시다.” 
 
엉뚱한 제의에 다들 약간은 벙벙해하고 있었는데 가장 그럴듯하게 정의를 잘 내리는 사람에게 상당한 상금을 준다고 하자 회의 참가자들이 하나 둘 씩 머리를 굴려 한 마디씩 쏟아냈다. 
 

십대 학생: “모든 일에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만을 항상 늘어놓은 우리 아빠가 꼰대입니다.” 

회사원: “왕년의 잘 나가던 성공의 추억에 갇혀 그것을 강요하거나 퍼뜨리고 다니는 우리 회사의 부장입니다.” 

철학도: “한 가지 고정된 인식 프레임에 갇혀 관점이 아주 편협하여 아예 말이 안 통하는 동네 노인들이 생각이 납니다.”

종교학도: “저는 요즘 같이 과학이 발달한 세상에도 여전히 절대적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하여 살아가는 독단적인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정치학도: “멀리 볼 것 없이, 철학도 역사인식도 없이 국정을 이끌면서 나라를 망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와 그 추종자들이 꼰대들의 전형입니다.” 

심리학도: "트라우마를 겪은 후에 불행히도 사고방식이 흑백 논리로 굳어진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6.25 전쟁의 깊은 상처로 이후 모든 걸 빨갱이냐 아니냐와 같은 고착화된 이념적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던 안타까운 일이 있었죠.

70대 노친: "입만 열면 영혼 없는 원칙만을 들이대는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우리집 양반이 영락없는 꼰대구만요."

 
참가한 사람마다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가지씩 그럴듯한 문장들을 들이밀었다. 세상에는 별 꼰대들이 많구나하는 인식을 공유하던 차에 컴퓨터 공학도가 나셨다. 
 
“꼰대는 입력은 고장이 났는데 출력만 작동하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그 공학도를 쳐다봤다. 자기들이 들어도 요즘 정보화 시대에 맞는 그럴듯한 비유였기 때문이었다.  “와~, 그 표현이 아주 신선하고 그럴싸한데요.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 있어요! ㅋㅋ” 
 
회의를 주간하던 마을이장도 공감을 표하며 그 공학도의 손을 들어 주려고 하던 찰나에 한 뇌과학도가 질세라 한 마디 거들었다. 
 
꼰대는 자기 인식과 확신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한 사람입니다” 
 
강렬한 비유에 좀 당혹을 느낀 진행자가 무슨 뜻인지 물었다.
 
"한 마디로 자기 신념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강력 접착제로 붙인 것보다도 더 강력하게 생각이 고착화돼 버린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꼰대를 단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 건강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인류 역사의 여러 비극들은 이런 뇌가 고착회된 사람들이 권력을 휘둘렀을 때 발생한 적이 많았고 오늘날에도 같은 일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여기 저기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보가 넘치는 요즘 시대에 정보가 우리를 해방시키기 보다는 한쪽만의 생각을 강화시키는 정보를 편식하고 과식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꼰대들이 대량 생산이 되고 있는 것도 슬픈 현실입니다." 뇌과학도가 부연 설명했다.
 
심각한 내용에 조금은 불편했지만, 진지해진 마을이장이 그 뇌과학도에게 "그럼, 꼰대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나요?"라고 했다.
 
“일전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무지한 사람이 신념을 가질 때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니체라는 철학자는 '신념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다'라고 갈파했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는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고정관념이 커지고 통념이라는 ‘생각의 때’에 눌려서 뇌가 굳어가는데, 이를 깨기 위해서는 뇌에 비정상적인 자극을 자꾸 줘서 충격을 주고 흔들어 줘야 합니다.” 뇌과학도가 답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마을이장이 “그럼 뇌에 어떻게 충격을 줘야 하죠?”라고 물었다. 
 
뇌과학도는 말을 이어갔다. 
 
“최근에 과학자들이 뇌를 연구를 해 보니, 우리 뇌는 나이가 들면서 익숙한 것에 고착화 되기 쉽고, 뻔한 예측과 기대에서 벗어날 때만이 뇌가 새롭게 학습을 하고 새 뇌신경들이 자란다고 합니다. 즉, 굳어 버린 신념이나 통념으로 사는 습관에서 벗어나서 낮선 것들과의 부단한 접촉과 마주침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즉, 배고플 때는 ‘설렁탕’을 먹어야 하지만 뇌가 게울러지고 안일해졌을 때, 그리고 ‘고장난(?) 관념’인 고정관념에만 싸여 있을 때는 ‘뇌진탕’을 줘야 합니다. 다시 말해, 습관과 관성으로 사는 우리의 생각 패턴과 삶의 패턴을 늘 돌아보고 습관 깨기, 기계적인 반복적 일상 깨기 (최소한 생각만이라도), 낯선 곳으로 자주 가보기, 낯선 사람과 마주하기, 독서나 공부를 통한 낯선 새로운 정보를 배우기 등등의 부단한 ‘관성 깨기’ 작업들을 했을 때만이 우리 뇌가 다시 살아나서 젊어질 수 있습니다. 그 관성 깨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드는 것인데, 나이가 들면서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그 게임에서 아예 두 손을 들어버리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모두들 집중해서 경청을 하자, 기세가 등등해진 뇌과학도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제가 깨달은 바로는, 뇌에서 새로운 지각 혹은 각성이 열릴 때만이 새로운 생각의 틀을 만들 수 있고 그때만이 고착화된 자아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걸 전문 용어로 '뇌의 가소성 Brain Plasticity'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생각이 바뀌고 새로운 생각의 옷을 갈아 입을 때 나타나는 즉각적인 변화가 사용하는 언어의 변화가 그 증거라고하니, 생각이 바뀌면 언어도 바뀐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뇌가 유연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우리의 언어 변화를 살펴 보면 됩니다. 거기에다, 자기 정체감을 강화하고 고착화 시키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자기와 하나로 보는) 동일시 습관에서 벗어나서 자기를 멀리 떨어뜨려서 바라보는 자기 객관화 방법인 명상적인 ‘탈동일시' 훈련도 뇌의 고착화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예기치 않게 회의가 뇌과학 강연이 되버린 것 같아서, 마을이장은 너무 진지해지기 전에 빨리 회의를 마무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꼰대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벗어나는지에 대한 심오한 얘기를 잘 들었습니다. 듣고 보니 어쩌면 꼰대는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사실은 내면 깊은 곳에는 불안 심리가 가장 많은 불쌍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차원에서 나이가 들면서 뇌가 고착화 되고 이에 따라 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이라 슬퍼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를 거슬러 가는 탈꼰대의 노력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쪼그라지는 뇌를 다시 되돌릴 수도 있다하니 희망도 생겨납니다. 이를 위해 세상을 통념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편안해져버린 생각 파편들의 배치를 자꾸 새롭게 바꿔보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통념과 고정관념을 깨고, 또 새로운 것들에 대한 부단한 ‘마주침’을 통해 건강한 두뇌와 삶의 활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같이 사냥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을이장이 계속 이어 말했다. 
 
"모든 분들의 좋은 말씀 감사하고 오늘 꼰대 경연대회의 우수상은 말씀을 가장 많이 하여 꼰대의 전형을 보여주신 여기 뇌과학도에게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역설적이게도 가장 꼰대스러운 분으로부터 '꼰대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배웠으니 생활 속에서 잘 적용해 보시기를 바라며 이로써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모두들 짝짝짝 박수로 마을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물론, 오늘 주제에 대해 얼마나 공감을 했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고. 
 
 

(후기: 이 글은 유영만 교수의 강연(링크: 굳어버린 뇌 되돌리기)과 한국에서 뇌과학의 최고 전문가인 박문수 박사의 뇌과학 강연 (새로운 지각을 열다), 스탠포드대 뇌과학자 앤드류 후버만 교수 (굳어버린 뇌 돌리는 법)들의 내용을 참고하고 평소에 뇌의 고착화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저의 생각을 모두 결합하여 허구로 끄적여 봤는데, 결국 한 생각에 빠져헤메는 꼰대의 모습을 저 자신한테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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