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postedMay 30, 2023

<창칼 5> 개구리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

by 창공 Views 403 Likes 0 Replie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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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언: 고국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에 갇혀 있는 데다 밖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홈피를 뒤적이다가 글 하나를 끄적여 봤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없음 과감히 패스해 주세요!!)
 
 
<창칼 5> 개구리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이전에 몇 개의 주제로 글을 끄적거려 봤더니
글이 너무 장황하고 길단다. 
볼 거리도 많고 챙길 정보도 많아 어텐션 스팬이 점점 짧아지는 이 시대에 누가 그런 길고 거창한(?) 글들을 읽는단 말인가? 
 
그래? 
짧은 것도 나 좋아해. 
발칙하게 나가 볼까?

 
한 여름 낮에 한적한 연못
개구리 한 마리
첨벙
 
세상에서 최고로 간단한 시가 하이쿠다. 
총 17자 (5 -  7 -  5)
아주 간단한 언어로 심상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언어 유희 장치의 절정이다. 
언어는 짧을 수록 여운을 더 길게 남기는 법. 
 
역쉬~, 호모사피엔스는 창조의 귀재들이단 말이야!
벌써 17세기에 이런 발칙한 발상을 했으니. 
 
그 많고 많은 하이쿠 중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몇 안 된다.
즉, 문외한이란 얘기다. 
 
그 몇 안 되는 것  중에서도 특별히 내가 이 하이쿠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본에서도 가장 유명한 하이쿠 시인 바쇼의 작품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짧은 언어의 조합이 이루어 내는 심상(imagery)의 탁월함 때문이다. 
문외한인 나에게도 그것이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위의 하아쿠는 원시는 아래와 같다.
 
한적한 연못에 
개구리 물에 뛰어 든다 
첨벙 소리  (- 마쓰오 바쇼)
 
이 원시를 (위에서처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조금 각색을 해 봤다. 
 
창공 version:
 
한 여름 낮에 한적한 연못 (배경)
개구리 한 마리 (주인공 등장)
첨벙 (액션!!)

 
아주 단순한 배경에 단순한 행동이 가져다 주는 생생한 장면
마치 여백이 엄청 많은 한 편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아니, 정적이면서도 동선이 있으니 짧은 10초짜리 동영상을 연상시킨다고 해도 된다. 
 
자, 이 이미지의 핵심은 무엇일까? 
독자마다 떠올리는 심상들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 시가 연상시키는 이미지의 키워드를 아래에서 모두 골라 보면 어떨까? 
(이 객관식 문항에 대한 나의 주관적 답은 저~ 푸른 초원이 아닌, 저어~~~ 아래에서 접하시길.)
 
 문항:   통달, 저탄, 몰입, 권태, 무상, 번뇌, 측은지심, 자비, 사랑, 여여   (골라~ 골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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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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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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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연못 / 바쇼 : 네이버 블로그
 
 
 

 
(주관적인):   통달, 저탄, 몰입, 무상, 여여
 
이 다섯 가지를 다 맞춘 사람은 나중에 꼭 저한테 얘기해 주세요. 여기서는는 밝히지 못하는 상품이 기다리고 있슴댜!!
 
내 멋대로의 풀이: 집중(concentration)과 알아차림(mindfulness)을 통해 마음 비우기에 통달한 자가 몰입의 상태에서 무상무념의 경지와 몰아무아의 지경에 도달하면, 나라는 생각이 사라지면서 마음은 그저 여여해지니, 이는 세상 만물을 있는그대로 비추는 거울을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몰입은 저탄 식이를 하면 의식이 맑아져서 더욱 수월하게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누가 그러는데? - ㅋㅋㅋ).
 
지리할 만큼의 뜨거운 한 여름 한 낮. 눈 앞에 보이는 건 저 멀리 구름이 떠가는 창공과 앞에 펼쳐진 넓다란 정원. 고요해진 의식 상태에서에서 무념무상으로 고요히 정자에 앉아 있는 자. 정원 한 귀퉁이에 있는 한적한 연못으로 개구리의 발칙한 점프. 마음이 고요해진 자에게 그 소리는 여하한 필터링과 왜곡 없이 그대로 또렷하게 들려올 터. 나는 없고 너(대상)만 있으니 어찌 그러하지 않으리. 이런 무아지경의 마음은 연못과 개구리를 담는 거대한 화폭이 되어 만물을 품는다. 지복의 경지가 따로 없다.
 
A: 구경꾼: 참, 니 멋대로 잘도 해석한다. 네가 바쇼의 마음에 들어가 보기라도 했어? 
B: 나의 대응온리 돈노우(Only Don’t Know) - *오직 모를 뿐!!
                            (*주: 이 구호를 수십년 전에 미국에 퍼트린 한국 분이 계신데, 아시는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