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팩커를 만났다.

by 미지 posted May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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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미지
현재 거주지역 Los Angeles
성별 Male(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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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백팩커를 만났다.        (Hetch Hetchy 참가 소감)  -미지-

그들은 왜 평안히 쇼파에서 쉬여야 할 귀중한 주말을 버리고 백팩킹을 떠날까?
평안하고 푹신한 침대를 마다하고 거친 바닦, 추운 천막에서 밤을 보낼까?
가족들과 친구, 직장 동료들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왜 저런 선택을 하면서 사는지 이해 할 수 있을까?

그냥 산이 좋아서, 
자연이 부르는 소리를 거절하지 못해서 떠나는 것일까?
무거운 백을 등에 메고 걸으며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웅장한 바위 산, 
그 바위들을 뚫고 서있는 아름드리 나무들,
이름 모를 들 꽃들, 
새벽부터 지져대는 새 소리들,
지나가는 이들에게 날개 박수치는 꽃 나비들,
여기저기 물어 대는 모기들,
흠뻑 땀에 젖은 온몸을 시켜주는 시원한 바람,
샛 파란 하늘에 아름답게 수 놓는 구름들,
셀 수없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자연의 장엄함에 숙연해지고, 겸손해지는 순간들을 맛보며,

그들은 
단지 더 멀리 보기 위해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일까 ?

친구의 권유로 호기심과 동경심이 발동하여 장장9시간을 운전하여 
초보자로 처음 백팩킹을 떠난 나는 
무엇을 보고, 느끼려 백팩커가 되려 하는 것일까?

일곱 끼니의 식량과  곰통 그리고 식사 도구들,
이틀간 추운 산속에서 잠잘 텐트와 침낭, 
여분의 옷과 비상 약품들, 
그리고 흐르는 물을 마실  정수기, 
화장실이 없으니 똥삽을 챙기고, 
 30파운드가 넘는 백팩을 짊어지고 걷고 또 걷는다.

첯날 6마일, 둘째날 10마일, 세째날 12마일.
나에게는 힘에 벅찬 둘째날이였다. 
오르고 또 오르고 끝이 없는 길을 걷는 것 같았다.
내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였다.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한 것일까?
그 이유를 찾았다. 

나무와 내가 하나 되고,
내가 들풀, 꽃들과 동화 되고,
큰 바위 산이 내 안에, 
내가 호수속에 하나가 되는 순간, 

나는 백팩의 무게를 잊어 버리고,
끊어질듯 아파오던 다리의 통증이 없어지고,
헐떡이던 숨결의 지침도 사라지고. 
치열하게 살아오며 만들어  왔던 ‘나는 누구인가?’ 의 모습들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 올때.

나는 참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요한 가운데 
나에게 들리는 미세한 음성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