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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꽃을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by 길벗 posted Apr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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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시의 제목입니다. 접시꽃 당신이란 시집으로 세상에 그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켜 주셨던 도종환님의 시입니다. 전문을 옮겨 보겠습니다.


봄이 오면 들은 많은 꽃을 피운다.

그 언덕에 크고 작은 많은 꽃들이 피게 한다.


냉이꽃, 꽃다지, 제비꽃, 할미꽃, 노랑민들레가

다투어 피어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그 꽃들이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꽃들이 다시 피고 지는 동안

들은 그 꽃들을 마음껏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소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많은 꽃들로 가득 차 있다.


강물은 흘러들어 오는 만큼 흘려보낸다.

그래서 늘 새롭고 신선할 수 있다.


제 것으로 가두어 두려는 욕심이 앞서면 물은 썩게 된다.

강물은 제 속에 많은 물고기들이 모여 살게 한다.

그러나 그렇게 살게 할 뿐 소유하지 않는다.


산도 마찬가지다.

그 그늘로 찾아와 둥지를 틀고 깃들어 살게 할 뿐 소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산은 늘 풍요롭다.

산짐승들이 모여들고 온갖 나무들이 거기에 뿌리를 내리게 한다.

그것들이 모여와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산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새들이 마음껏 날개 치게 하는 하늘은 더욱 그렇다.

수많은 철새들의 길이 되어주고 자유로운 삶터가 되어 줄 뿐

단 한 마리도 제것으로 묶어 두지 않는다.


새들의 발자국 하나 훔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늘은 더욱 넓고 푸르다.




지난 몇 달 동안 저희 베이 산악회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산악회가 창단된 후에 가장 커다란 일들이 불과 얼마 안되는 기간에 벌어진 것 같습니다. 서로의 서툰 사랑 표현으로 인해서 서로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만 했던 아픈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그렇게도 행복하게 웃고 이야기하고 정을 나누던 많은 우리의 형님, 누님, 아우님들이 다른 집을 지어 이사를 가셨습니다. 그 과정에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고 서로를 견제하려는 표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희 베이 산악회가 좀 더 넓을 가슴을 가진 도종환 시인이 언급한 들과 산과 강과 하늘처럼 그렇게 저희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마음껏 꽃피우시고 즐기시고 성장하고 날아오르도록 도와주기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희 베이 산악회를 거쳐가시며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힐링을 얻으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희 베이 산악회가  잠시라도 이 곳을 거쳐가시거나 깃드신 모든 분들을 이한 자유로운 삶터가 되어 줄 뿐 가두어 두려한다거나 어떤 댓가를 요구한다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았음은 참으로 저희의 자랑이요 훌륭한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산악회가 on, off line으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와 정보에 대하여 완전 free로 제공되고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더욱 푸른 들처럼, 하늘처럼, 강처럼, 산처럼 언제나 거기에 있어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악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