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Climbing Mt. Shasta, 마무리

by mysong posted Jun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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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또 다리에 쥐가 내렸다.
샤스타 이후의 일정이 나름 힘들었거나 혹은 몸풀기 산행이 필요하다는 징조다.
후자라고 생각해 근처 Skyline Ridge O.S.P. 엘 산책삼아 다녀오는 길,
라디오에서 'Happy Father's Day!' 랜다.

'아버지' 라고 속으로 되뇌이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너무나 보고싶은 나의 아버지와 그리고 세상 모든 아버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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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일전의 과거가 되어버린, 그러나 다시 곧 미래가 될 거 같은 샤스타...

6월 13일 11시, 난 여전히 14179 ft  정상에 머물고 있다. 
갑작스레 몰려온 짙은 구름에 가려 환상적일 거 같은 주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좋다.
맨 꽁지에서 잘 따라 붙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지 불쑥 네바다님으로부터 건네진 워키토키. 나보고 가져가라구요???
(요주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은근 상처받았다구요...) 뭐, 그래도 좋고.


정상에서 다시 한번 산소 포화도와 맥박수를 체크한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라 맥박수는 그래도 꽤 정상에 가깝게 떨어진 듯 한데, 산소포화도가 82% 나온다.
숨도 차지 않고 멀쩡한데....
일하다가 산소포화도가 70~80%대로 나오는 환자들한테도 '그 정도로는 죽지 않아요, 나도 멀쩡했는 걸요.'라고 헛소리 하게 될까봐
잠시 걱정... 물론 병원에서 그 정도의 수치면 중환자실로 보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11시 15분,
정상에서의 찐한 성취감을 뒤로 하고... 이젠 하산해야 할 시간이다.
오후가 될 수록 날씨가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빨리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는 게 안전하다고.

오르는 길, 신발땜에 고생했다. 오른발 옆 뼈가 신발에 닿아 아프고 저리고....
내려갈 때는 행여나 덜 할까 했더니, 오메~ emoticon

mt. Shasta 570.JPG

아까 정상에서 만났던 스키어와 그 동료,  Parking Lot 을 가로 질러서~ ~ 샤스타 밑에서 볼 때 Red Bank  왼쪽 절벽으로 내려간다.
좋겠다.

mt. Shasta 573.JPG

그래도 하산길은 빠르다.  Red Bank top 에서 Summit까지 세시간 가량 걸렸던 구간이 반으로 단축되었다.

Red Bank 옆 발가락 사이의 가파른 길에선 모두 ice axe 를 꺼내 찍으면서 내려간다.

mt. Shasta 575.JPG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던 시간,  Glissading...
Crampon, trekking pole 은 모두 배낭에 넣고 ice axe 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고고씽~ 얏~호~

mt. Shasta 576.JPG

mt. Shasta 578.JPG


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별루 없어, 네바다& 시에라님이 찍은 글리세이딩 사진 몇장 퍼 나릅니다.

Mt. Shasta, 2009 329.JPG

Mt. Shasta, 2009 331.JPG

Mt. Shasta, 2009 333.JPG
첨엔 이상하게 내려오시더만... 재밌지요?

Mt. Shasta, 2009 335.JPG
이~ 야ㅅ 호~  썰매도 둘이 꼬옥 붙어서...

Mt. Shasta, 2009 337.JPG

Mt. Shasta, 2009 340.JPG
음~ 도끼 위험합니다.

Mt. Shasta, 2009 343.JPG
콰앙~  그러게 빨리 비키라고 내려오면서 소리를 질렀구만....ㅊㅊ

처음엔 너무 가팔라서 제어가 잘 안되어 부딪히기도 많이 했다.
하긴 무게와 속도를 곱해 들이 박았으니... 허리 아프다고 병원비 청구하겠다고 반 협박(?)했던 게 이해는 된다.
쏘립니다.  그렇지만 그냥 본인 의료보험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please!

밑으로 갈 수록 경사는 약간 완만해 진다.
속도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재밌어서  Helen Lake 이 가까와 지는 게 안타깝다.

Mt. Shasta, 2009 350.JPG
Wonderful!!

Mt. Shasta, 2009 353.JPG
자세, 딱 잡혔죠?

Mt. Shasta, 2009 356.JPG
이 분, 엎드려 내려오다 셀폰도 저기 두고 오셨다는...


오후 두시.
올라갈 때는 세시간도 넘게 걸린 Helen Lake ~ Red Bank  구간이 glissading 덕에 한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네요. 그 시간이면 다시 올라가서 썰매 한번 더 탈텐데...

mt. Shasta 579.JPG

mt. Shasta 582.JPG


전날 상의했던 대로 물과 화장실이 있는 Horse Camp 로 야영지를 옮기기로 한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짐을 정리하는 순간, 또 눈과 우박이 섞여 내린다.

오후 3시 10분, 다시 한보따리씩 둘러메고 Helen Lake 을 내려선다.
- - - Lake 이라 해서 여름이면 눈이 다 녹아 호수가 되는 곳인가 했더니, 그럴 일은 없는 곳인 거 같다.

mt. Shasta 583.JPG

mt. Shasta 584.JPG

mt. Shasta 586.JPG


올라가던 길은 군데 군데 돌무더기가 있었지만, 이번엔 원래 트레일인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고... 여긴 한동안 경사진 눈밭이다.
ㅍㅎㅎㅎ  썰매타기 딱 좋은...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철퍼덕~ 눈밭에 주저 앉는다.
이날 엉덩이 동상 걸리는 줄 알았다. 나중엔 마찰력 땜에 좀 열이 나기도 했지만....

Mt. Shasta, 2009 357.JPG

mt. Shasta 587.JPG

mt. Shasta 588.JPG


요오기 앞에 가는 분께도 한번 들이박고... 그 충격으로 그냥 걸어 가겠다고 일어나시던 hchung 님, 죄송합니당 ^ ^

Avalanch Gulch 아랫부분은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고 습한 눈이 쌓여 있어 썰매타기가 약간 어려웠는데...
산제비님이 텐트를 비닐봉지에 넣어 타고 내려가면서 길을 내어 주셨다.
걸었더라면 정말 힘겨웠을 길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어 mucho gracias!!


4시 40분경, Horse Camp 에 도착한다.

mt. Shasta 589.JPG

mt. Shasta 590.JPG

원래 여기서 일박 더 할 예정이었지만... 부슬비도 내리고 옷은 다들 축축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는 추세다. 한국 같으면 이럴때 산 근처 어디에나 있는 찜질방으로 직행인데, 좀 아쉽다.

부지런히 있는 힘을 다해 Bunny Flat 으로 내려오니 5시 25분.
산행 끝.


하루 더 쉬고 돌아오시겠다는 정박사님을 Bunny Flat 에 남겨놓고,
시간 맞춰 장비 대여점에 가기 위해 길을 서두른다.
7명이 함께 Mt. Shasta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또 운전해 내려오다가 커피 한잔씩 하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두시가량.
몸은 피곤한데, 차에서 졸은 탓인지 머리가 너무 익사이트된 상태여서인지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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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산행을 함께 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운전을 도맡아 해주시고, 식사준비에 또 summit 등반시 제 짐도 날라다 준 sting 님 특히 감사합니다.
원래 배낭은 꼭 챙겨매는 성격인데, 배낭 무게만도 5파운드가 넘어서리... 신세 많이 졌습니다.
대신 제 brand- new Nalgene 물통 분실에 대해선 눈 감아 드리겠습니다. ㅋㅋ

산행을 이끌어주신 네바다 & 시에라님,
힘내서 부지런히 올라갈 수 있게 자극제가 되어주신 hchung 님,
몰랐는데, 함께 있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산제비님,
그리고 이런 훌륭한 물건을 만들어 오신 사나이 & 여장부님.... 두루두루 감사합니다.

Mt. Shasta, 2009 264.JPG
혹시 투시 능력이 있으신 분,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보셔도 전 상관 않겠습니다. ㅎㅎㅎ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오랫동안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음 산행에서 뵙지요.

My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