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정기
2013.09.22 19:15

염소 산행 ( Castle Rock State Park )

https://www.bayalpineclub.net/trail_log/295622 조회 수 4501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산행날짜 이틀 전에 모모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 산행에는 비가 내릴 같다는 소식이다. 친절한 새댁님으로부터 일기예보를 전해 받은 걱정스러운 음성이다. 본인이 올린 산행지에 바위가 많으니 애정이 어린 걱정이었으리라... 구 중순에 비가 온다는 믿기지 않는 예보에 아침 신문을 뒤져보니 검은 구름에 빗방울로 표시 되었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없이 지나간 나의 9월달의 경험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떠나는 아침에 산행안내를 보니 오기로 팬더님이 사정상 결석이다. 만의 산행이다. 어김없이 산행 하는 날은 하늘을 쳐다 보게된다. 이런 날을 여우의 날씨라던가 간간이 햇살을 비추면서도 흐린 날씨가 비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 Castle Rock 가려고 했는데, 화창한 날에 많은 사람과 주차할 자리를 찾아 지나친 적이 있어 오늘은 오붓함을 넘어 한적한 산행이 되리라 생각하며 산길을 오른다. 길은 curve 많고 가운데 yellow line 있지 않아서 운전하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얼마후, 작은 대가 쏜살같이 내려오며 기우뚱하며 나의 차를 비켜간다. 성급히 누른다고 horn 눌러 보지만 나는 항상 한발 늦어진다. 내가 순발력이 없는 건지, 그렇다면 어떤 사람처럼 미국 욕을 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한국욕 이라도 해야 했는데 나는 항상 늦으며 마음속으로만 삭여야 하니 이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드디어 마음을 가라앉히며 도착하였다. 곧이어 낯익은 차가 옆으로 들어선다. 우리 흰님 분이 둘은 외롭다고 나와 주시니 고맙게도 3명이 출발이다. 사실 부부만의 산행은 뭔가 부족 하다고 생각하는데 말동무가 있으니 더없이 반갑다. 식구의 단출한 산행은 적적하고도 잠에서 듯한 나무, 숲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어간다. 이곳은 다섯 째쯤의 산행이지만 나름대로 좋아하는 곳이다. 정상에 있는 정자는 내가 뛰어놀던 파고다 공원 안의 정자와 많이 닮은 것이 친근감을 받는다. 오르면서 쇠줄을 잡고 내려다보는 안개에 가린 특이한 경치가 좋았다. 맑은 날이었으면 곳의 바다도 보일 텐데...  정상에 거의 왔을 즈음에는 80 넘어 뵈는 신사복에 중절모를 백인 할아버지와 굿 모닝도 했는데 기분이 묘했다.

이제 마지막 오름길이다. 가는 중에 새끼 노루도 보게 되었는데 사람이나 동물에게는 어리다는 것은 귀엽다는 관념이 있어서인지 산에서 종종 마주치는 새끼 노루는 언제 보아도 반갑다. 다른 때는 이쯤이면 더웁기도하고 숨도 차련만 오늘은 산을 오르기에는 최적의 기온이다. 마지막 오름길의 발걸음은 푹신히 밟히는 낙엽의 소리와 함께 세상의 부러움이 없는듯하다.

 

가까이 정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잠시 한숨 돌리며, 정자 가운데에 앉아서 간단한 점심을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분과의 진짜점심은 산행후에 하기로하고, 가져온 점심의 절반으로 허기를 채웠다. 바같 한편에 있는 개의 식탁은 오랜 이라고 손짓을 하는 듯하다. 항상 이곳에서 반갑게 맞이하던 식탁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흰님들의 웃음과 쉼터를 제공해준 식탁에 정감이 간다. 그들은 비가 오나 햇빛이 비추나 거기에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며, 미래의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것들은 무엇이 됐든 간에 충실히 보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설사 나쁜 곳에 쓰여진다 해도 만든 사람은 인간이 아니었던가.

 

 

식후, 아직 비가 내릴 낌새는 없지만, 쉬엄쉬엄 내려가기로 하고 염소 바위에 다다른다. 오늘은 웬일인지 염소 부분에 쇠줄이 여러겹 둘러있다. 혹시 떨어질 수도 있어서 안전관계인지는 모르겠다. 특히 여기서부터는 조심해야   하산길이다. 서너 군데를 엉금엉금 내려오니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다행히 이제야 비가 내린다. 적당히 비를 맞으며 걷는 산길도 오랜만이다. 나무가 없는 황량한 길이라면 옷이 흠뻑 젖을 것도 같은데, 일단은 잎사귀에 떨어지고 옷에 떨어지니 그리 불편하지가 않다. 저기서 가족이 오르는 듯싶다  아빠가 한살이나 됨직한 아이를 가슴에 메고 오르는 것이 왠지 불안하기도 하건만 그들은 즐거운 모습이다.  어린아이는 옹알거리고 벌거벗은 귀여운 다리는 추우련만 이곳 사람들은 상관을 않으니 부전자전이다. 아마도 한국분 같으면 이슬비라도 즉시 하산하였으리라...

 

 

 잠시 후부터는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빠른 걸음으로 40분 만에 도착한 주차장에서 비도오는 우울한 날의 식사는 염소 전골로 하기로 하고 싼따꿀라라에 있는 식당에 들어서니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뿌려댄다.

오랜만에 흰님 덕분에 비와 함께 염소바위, 염소전골, 그리고 한잔의 쇠주와 함께 염소같은 기분에 취해본다.

만약 내가 집에 있었다면, 오늘 하루가 이보다 좋았을 리 없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 profile
    아리송 2013.09.22 20:12
    한적한 산행 잘 하셨네요. 저는 안적 한번도 Castle Rock을 가본적이 없는데, 언제나 한번 가보려나...
  • ?
    아싸 2013.09.22 20:38

    저도 산악회 가입 초기에 다녀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도 비가 오는 날 이었는데... 리아가 입고 있던 십여불짜리 비옷이 죽죽 찟어졌던 날 이었지요.
    그래도 마냥 좋아서 산악회 가입한것을 자축 했던 산행지 였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 데리고 와서 염소바위에서 숨바꼭질 해야지... 했었는데...
    아직까지도 아이들은 염소 바위를 못보았을겁니다.

  • ?
    본드 2013.09.22 20:59
    "성급히 누른다고 horn 눌러 보지만 나는 항상 한발 늦어진다." 재미나게 잘 포착하셨네요. 주말마다 일이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임에도 참석을 못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
    산. 2013.09.22 23:15
    조촐한 식구들만의 염소 바위 산행후 오봇한 염소전골의 뒤풀이가 
    아주 환상적인 콤비네이션 입니다.
  • ?
    musim 2013.09.23 20:41
    산님,
    밥 좀 꼭 사주세요. 이 근처 지나기 전에 전화 주시면 염소 전골로 모시겠습니다.
     510-552-2672
  • ?
    산. 2013.09.24 20:56
    무심형님 콜입니다. 쇠주도 덤으로..ㅎㅎ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주중 일반후기/ 정회원 후기 게시판 이용안내 4 보해 367
부정기 8/31/2013 El Corte de Madera CM-08 오늘 산행에는 총 17 분이 참석해 주셨고 적당한 기온과 맑은 날씨에 8 마일 정도의 산행을 하였습니다. 낮은 곳으로 내려 가서는 별로 바람이 없어서 더운 느낌... 3 file 본드 4304
부정기 후기 8/24 Saratoga Gap 6월말 이취임식 산행 이후에 방학내내 먹고 자고 뒹굴기만 하던 아들녀석 둘을 드디어 오늘 산행에 데리고 나가는 날이다. 산행복장이 빡빡하게 조이는것을 보니 ... 7 아싸 6164
부정기 8/7 Henry Cowell SP, Fall Creek Unit 오늘 카메라를 잊어버리려고 그랬는지, 아침 알람도 1시간 일찍 울렸다. 분명히 정확히 마추어 놓고 잠이든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에 없다. 일찍 일어난 김에 어제... 18 아싸 1971
부정기 Mt. Split (8 / 9 ~ 8 / 11) Mt. Split 다녀 왔습니다..^^ 사진을 크릭하면 기수아빠 블로그로 이동 합니다 22 file 기수아빠 2426
부정기 7/27 Sam McDonald County Park 8시 10분까지 1차 집결지 모임이라 아침에 마음이 느긋했다. 어렵사리 산행 기회를 잡아서 그런지 아니면 다음 2주간 다른 약속들이 잡혀 있어서 그런지 요번산행... 5 아싸 1843
부정기 Winnemucca Lake 산행 25년 만에 Lake Tahoe 쪽으로 떠나는 산행길은 어린아이가 소풍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듯이 무척 설레임을 느꼈다. 이민 왔을 때, 관광 겸 취직 관계를 알아보... 10 musim 4002
부정기 6월29일 twin lake - mt,price twin lake 위에서 본 트윈 레익 mt,agassin mt,price 정상에서본 알로하 레익 특이한 물색깔 뾰족한 부분이 mt,아가씨 그뒤쪽이 피라미드픽 하산길인 돌밭 5 file 돌... 3848
부정기 6/29 Portola Redwoods SP . 15 sadik 8106
부정기 6/29 Portola 산행후기 하프돔이후 간만에 좀 빡센 산행 했습니다. 약 14Mile? 9시부터 시작해서 4시 40분쯤 산행종료. (중간에 40분쯤 발 담그는 시간 포함.)무더운 날씨가 산행을 힘들... 4 아리송 2152
부정기 6월 22일 Huddart 후기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이취임식이 행해지는 huddart park. 비교적 가까운 산행지중에 한곳이다. 그런데 이 자리를 축하해 주시려고 저 멀리 레익타호와 새크라멘... 2 아싸 6085
부정기 6/15 (토) Wunderlich CP 산행 단체사진 팬시님이 보내주신 단체사진을 따로 올립니다. 정회원 전용 사진방에 올리려다가, 이번에 처음 참석하신 앤젤라님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아래는 Alambique ... file 지다 2414
부정기 후기 MT Madonna 5/25 작년에 2박 3일 캠핑을 했었던 마돈나 산.그래서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짐을 꾸렸다. 리아가 동행을 하게 되어서 애들을 슬그머니 미뤄 놓고 나니, 올라가는 내내... 2 아싸 3331
부정기 Black Diamond Mines Regional Preserve 오래전 벽송님의 귀뜸으로 들었던, 모모님의 댁에서 머지 않은 날에 진짜배기 월남 국수를 먹을수 있다는 기대는 했었지만.... 오늘 같이 몸 컨디션이 좋고 특별... 20 musim 2300
부정기 Mt. Shasta.. 저도 댕겨 왔습니다.. ^^ 회사 일이 조금 한가해져서.. 이번주에 저도 급하게.. 혼자 샤스타에 다녀 왔습니다..^^ 사진을 크릭하면 기수아빠 블로그로 이동 합니다 16 file 기수아빠 3972
부정기 4/27 (토), 부정기, The Forest of Nisene Marks State... 후기를 써본지도 오래 되었네요. 글을 뒷받침해 줄 사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이런 쥐정신...) 사진을 찍으신 분들은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3 말뚝이 23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3 Next
/ 13